(기자의 눈)의미 있는 '새드엔딩'
입력 : 2020-09-09 06:00:00 수정 : 2020-09-09 08:58:36
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할수록 아쉽게도 금융소비자 선택에서 멀어진 IT서비스가 늘고 있다. 트렌드보다 이른 내용을 고민했거나 홍채인식과 같이 관련 디바이스 변화로 노력이 허사가 된 경우도 있다.  
 
우리은행이 메신저서비스로 선보인 '위비톡'은 오는 11월26일 종료된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세우고, 무료로 웹툰을 제공할 정도로 공을 들인 서비스다. 네이버, 카카오가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최근 금융 진출을 노리는 것처럼 은행 앱을 통해 플랫폼화를 시도했던 것으로 보인다. 
 
금융결제원과 은행권과 공동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뱅크월렛'은 오는 10월30일 서비스가 완전 종료된다. 휴대폰번호 간편송금, 바코드·비밀번호 간편결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 등을 갖췄지만 비슷한 시기 출시한 핀테크 서비스에 경쟁이 밀렸다는 평가다. 은행권 공동인증서비스인 '뱅크사인'은 은행연합회에서 금결원으로 옮겨간다.
 
비록 새드엔딩으로 끝이 났지만 이런 시도들이 '매몰비용'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핵심 기술과 인력은 남아있는 데다 무엇보다 보수적이라 평가받는 조직문화 변화에 도움이 된다. 예컨대 우리은행 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는 최근 디지털 담당 임원들과 그룹사 책임자급 직원 40여 명으로 구성된 '블루팀(Blue Team)'을 신설했다. 디지털 트렌드에 대응하는 현장주도(Bottom-up)형으로 혁신체계의 방향을 틀었다. 
 
그러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금융 관련 임원은 "핀테크사는 개발자가 기획 의도를 이해 못하면 개발에 손을 대지 않는다"면서 "이와 반대로 은행은 서비스 개발에 내부 입김이 여전히 강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혁신을 위해 은행 디지털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지만, 조직 논리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토로였다. 동시에 경쟁사들과 속도의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한계를 지적한 것으로도 들렸다. 
 
정부는 작년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금융의 디지털 혁신을 독려하고 있다. 오픈파이낸스 준비로 은행이 지닌 업의 경계는 계속해 불분명해진다. 이 때문에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다만 이를 행동에 옮기기 위해선 실패에 더 익숙해지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신병남 금융팀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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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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