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오늘의 재테크)한국투신, 대박난 펀드서 웬 손실
‘한투도쿄오피스’ 매각대금 나누고 기준가 내렸는데
수익증권 시세조정 없이 거래, 신규매수자 날벼락
거래소·운용사 인지 못해…투자 전 KIND 확인 필수
2020-09-08 12:00:00 2020-09-08 15:40:01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도쿄 오피스에 투자한 펀드에서 67% 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보유자산을 처분하며 펀드 기준가를 조정했으나 한국거래소에서 이를 수익증권 시세에 반영하지 않아 애먼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국투신운용은 관련 정보를 기존 펀드 보유자들에게만 알려 신규 투자자들의 피해 가능성은 외면한 셈이 됐다. 수익증권 거래 시스템과 정보 제공에 관한 규정이 개선돼야 할 사안이지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는 만큼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7일 한국투신운용은 자사의 해외부동산 펀드인 한국투자도쿄오피스부동산투자신탁1(이하 한투도쿄오피스펀드)의 기준가를 1560.71에서 342.93으로 대폭 인하 조정했다. 이는 이 펀드가 보유하고 있던 도쿄 소재 아리아케 센트럴타워를 매각해 남긴 차익 중 상당부분을 분배금으로 펀드 투자자들에게 선지급한 이유에서다. 
 
이로 인해 8월31일 1027.95이었던 기준가는 9월1일에 매각 차익을 반영하면서 1562.62로 뛰었고 이 중 약 1217원을 분배금으로 지급한 뒤 9월7일에 342.93으로 조정됐다. 
 
한투도쿄오피스펀드는 오직 이 빌딩에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됐기 때문에 남겨둔 자산으로 각종 보수와 비용 등을 정산한 뒤에 오는 11~12월 중 펀드도 사라질 예정이다. 
 
문제는 이 펀드가 증시에서 ‘도쿄오피스1’이라는 이름의 수익증권으로 거래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이와 같은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런 일이 발생했을 경우 유상감자로 처리해 주주에게 돌려준 금액만큼 주가도 낮춰서 거래를 재개한다. 그래야 신규 매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쿄오피스1은 아무런 가격 조정 없이 거래를 이어가 전 영업일 1000원이었던 시세가 가격제한폭인 700원까지 추락했다. 단순히 가격이 하락한 게 아니라 이 과정에서 6만좌 이상의 거래가 발생했다. 즉, 거래소의 시스템상 허점으로 인해 이 수익증권을 700원에 매수한 투자자는 매수와 동시에 손실을 떠안은 셈이다.
 
  
 
 
이와 같은 거래가 가능했던 것은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스템이 펀드 수익증권의 기준가 조정을 반영하지 않는 데서 비롯됐다. 
 
또한 어처구니없이 비싼 가격에도 매수가 나왔던 이유는 펀드 기준가 조정에 대한 정보가 매우 제한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탓이다. 주식종목은 현재가 창만 봐도 해당 종목에 대한 공시정보와 뉴스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지만, 이번 펀드 기준가 조정과 분배금 지급 등의 내용은 증권사 HTS는 물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이나 금융투자협회 공시, 심지어 운용사 홈페이지 펀드정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오직 한국거래소의 공시시스템 KIND 내의 펀드공시 메뉴 아래 수익증권 공시를 뒤져봐야 알 수 있는 내용이다. 수익증권을 매수하는 신규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를 알 리 없으니 수익증권 가격이 급락하자 덤빈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이틀 연속으로 8일에도 하한가를 기록 중이지만 여전히 펀드 기준가보다는 높은 가격(490원)이다. 현재 기준가에서 각종 비용을 제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청산가치는 기준가보다 낮다고 볼 수 있다.   
 
한국거래소와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이런 경우 수익증권의 기준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도록 돼 있지 않다”고만 설명할 뿐 그로 인한 피해 발생에 대해서는 답을 하지 못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규정대로 기존 펀드 보유자들에게 알렸다”고 답변했다. 거래소와 운용사 모두 수익증권 매수를 통해 새로이 유입되는 신규 투자자들을 간과한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인컴(income) 자산의 인기가 높아지며 금융투자회사들이 많은 수의 부동산 펀드를 발매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추가불입과 중도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 펀드였다. 이런 펀드에 최소한의 환금성을 만들어준 수단이 수익증권이다. 
 
현재 증시에는 90개 가까운 수익증권이 상장돼 있다. 부동산 펀드가 큰 인기를 얻은 탓에 발매된 시기나 운용기간이 비슷해 자산 매각을 통한 엑시트도 이제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증권 거래 방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와 같은 피해사례는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펀드 운용사로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우려를 불식시키듯 단기간에 그야말로 대박을 냈는데 이번 일로 그 의미가 퇴색되게 생겼다. 최소한의 규정만 맞추는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보 제공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제도 개선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와 같은 행태가 달라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남들이 잘 모르는 틈새시장에서 할인된 가격에 수익증권을 매수하려는 현명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투자자들도 이런 지뢰를 잘 피하려면 시세 급변시 수익증권의 본체인 펀드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지 반드시 KIND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