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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빚 내서라도 집 사겠다'는 심정을 아십니까?
2020-09-08 06:00:00 2020-09-08 06:00:00
정말 오랫동안 부동산 문제가 끊이지 않고 뉴스가 되고 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한 정책 담당자는 그동안의 수고와 정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지 않는 게 답답한 모양입니다. 
 
지난 2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서민들이 왜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고 하겠느냐’는 질문에 ‘집값 인상에 대한 기대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답했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못내 아쉬운 답변이었습니다. 
 
서민들이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려고 하는 이유를 쉽게 알 방법이 있습니다. 청와대나 관계 부처에 근무하는 사람 중에 무주택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됩니다. 다주택자와 유주택자들끼리 머리를 맞댄다 한들 무주택자를 이해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하는 데에는 ‘왜 오르는가’에 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은 탓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도 무주택자이기에 쉽게 그 이유와 답을 전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집값 인상의 기대감’이라는 노 실장의 답변은 일면 맞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한 답은 아닙니다, 기대감은 드러나는 현상이고 그 기저에는 다른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특히 수도권의 경우에는 지금 가격에 집을 산다는 건 부담스러움을 넘어 감당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집을 사려는 건 앞으로 가격이 더 올라 영원히 살 수 없을 거 같기 때문입니다. 그런 불안함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집값이 더 올라 내가 산 가격보다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보다는 박탈감이 더 크다는 점입니다. 무언가 과열되면 주변에서 누구는 얼마 벌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곤 하지요. 수년간 부동산이 그랬습니다. 누구는 얼마 벌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서 들려오는 게 아니라 카페에 앉아만 있어도 여기저기서 부동산 가격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남은 벌었는데 나는 도태되고 있다는 박탈감이 두 번째 이유가 됩니다. 
 
흔히 은행 대출을 빗대서 ‘화장실만 내 것이고 나머진 은행 거야’라는 진담 반 농담 반의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 얘기에 ‘그렇구나, 힘들겠다’하는 무주택자는 없습니다. ‘영끌’이나 ‘패닉 바잉’이란 신조어에 기대감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이 느껴지는지 묻고 싶습니다. 그보다는 두려움과 불안함, 박탈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만이 느껴지지 않는지요. 사람들은 기대감만으로 집을 사는 게 아닙니다. 모든 걸 다 차지하고 기대감이 맞는다고 한들 그 책임을 국민에게 묻는 것이 맞을까요? 
 
신뢰와 전망이 중요합니다. 안타깝게도 집을 사려는 사람들은 부동산 가격이 안정될 거라는, 혹은 하락할 거라는 정부의 말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정부 관계자가 오름폭을 얼마로 이야기하고 통계가 얼마로 나오는지 보다는 현장의 가격이 더 와 닿는 법입니다. 
 
더불어 정부의 시그널 탓이 큽니다. 정부 관계자의 행동은 중요한 시그널이 됩니다. 수많은 정부 관계자가 부동산과 관련해서 끊임없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노 실장은 청와대 다주택 참모들에게 주택 매각을 권고한 당사자입니다. 그러나 노 실장이 서울 반포 아파트를 남기고 지역구인 충북 청주 아파트를 팔기로 하자 인터넷상에서는 '반포영민', '똘똘영민' 등 비난이 쏟아졌었습니다. 잠실과 도곡동에 아파트 두 채를 소유하고 있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와 반대된다는 지적을 받았던 김조원 민정수석은 끝끝내 사퇴를 했습니다. 직책과 아파트를 바꾸는 게 옳은가라는 미완의 과제만 남긴 셈입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 발표한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당시 집값 안정을 호언장담하며 "내년 4월까지 집 팔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의 집은 팔지 않았던  김수현 전 정책실장의 과천시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인해 시세가 10억 4000만원 올랐고, “모두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잠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도 무려 10억 7000만원이 올랐습니다.
 
다른 주체에게서 원인을 찾거나 잘못을 지적하는 것보다는 나에게서 원인을 찾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게 훨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됩니다. 민주당은 지금 야당이 아닙니다. 민주화 이래 여당이 180석에 육박한 의석을 확보하고 상임위원장을 전부 차지한 전례는 없습니다. 권한도 책임도 전부 정부와 민주당에 있음을 잊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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