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불매운동' 1년여 만에 끝(?)
8월 판매 전년보다 1% 늘었지만 점유율은 하락…한일 관계 개선 없이 반등 쉽지 않을 듯
2020-09-07 05:31:00 2020-09-07 05:31: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수입차의 지난달 판매 통계가 발표된 후 일본차에 대한 불매운동이 약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전년 동기와 비교해 처음으로 증가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불매운동의 열기는 지속되고 있다고 해석이 더 어울린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브랜드 차량의 신규 등록 대수는 141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1% 늘었다. 작년 7월 불매운동이 시작된 후 처음이다. 
 
토요타 분당 전시장.사진/토요타코리아
 
숫자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니 일본 불매운동의 힘이 빠졌다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이 수치만 놓고 본다면 그렇다.
 
그러나 한치만 시야를 넓히면 전혀 다르다. 우선, 비교 기준인 작년 8월은 그 전달 시작된 불매운동의 효과가 본격화한 시점이다. 불매운동 직전인 지난해 6월 4000대에 가까웠던 일본 브랜드 판매는 다음 달 2674대로 줄었고 8월에는 1398대까지 떨어졌다. 9월 1103대를 빼면 가장 낮은 수치다. 기준점이 너무 낮다는 얘기다.
 
올해 판매량을 봐도 불매운동 약화 분위기는 찾기 어렵다. 올해 1~7월 일본 브랜드의 월평균 판매량은 1634대로 8월보다 200대 이상 많다. 닛산의 '폭탄 세일'이 있던 6월을 빼도 1487대로 지난달 판매가 적다. 7월하고만 비교하면 200대가 줄었다.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8월 7.7%에서 6.5%로 떨어졌다.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다 또는 오히려 강도가 조금은 더 세졌다고 보는 게 타당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닛산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큰 폭의 할인 등 경제적 이익이 소비자에게 가장 이기기 어려운 유혹"이라며 "일본 브랜드가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계속하는 데도 2000대를 넘기지 못한다는 것은 일본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일본 브랜드는 불매운동으로 급감한 판매를 살리기 위해 공격적인 판촉 활동을 펼쳤다. 혼다는 전 차종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엔진오일 평생 무료 쿠폰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어코드 터보는 500만원, 오딧세이는 400만원의 주유비를 제공하기도 했다.
 
토요타는 차량 구입 후 3년 이내에 사고가 났을 때 수리 비용이 구매가의 30% 이상이면 차를 바꿔주는 신차교환프로그램을 운영 중이고 캠리 하이브리드 등 일부 차종에 대해 취·등록세 전액 지원을 한다. 차종에 따라 최대 400만원의 현금 할인도 가능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불매운동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만큼 한일관계 개선 등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일본차의 큰 반등은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불매운동의 원인을 제공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자리에서 내려와도 한일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아베의 정책을 대부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스가 장관은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아베 정권을 "확실히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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