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기업 CVC 규제완화, 경제혁신 돌파구가 될까
입력 : 2020-09-04 08:00:00 수정 : 2020-09-04 08:00:00
대기업이 벤처캐피탈(VC, 창업투자회사)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형 벤처캐피탈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규제 완화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CVC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이미 일반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CVC를 금융회사로 보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대기업 지주회사는 CVC를 보유할 수 없었다. 경제개발 시대에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소유하면 타인의 자산을 산업자본에 마구 투입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얼마 전 '일반지주회사의 벤처캐피탈(CVC) 제한적 보유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대기업의 벤처 투자 확대, 회수시장 활성화를 통해 한국 경제의 혁신성과 역동성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과연 대기업 CVC에 대한 규제완화는 경제혁신의 돌파구가 될까?   
 
CVC가 VC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재무적 투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모기업의 전략적 이익을 위한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는 1910년 대 미국에서 듀폰이 신생 자동차 회사였던 지엠(GM)에 투자한 것이 시초이다. 듀폰은 이 투자를 통해 재무적 성과를 거둔 것뿐만 아니라 듀폰 제품인 인조가죽, 플라스틱, 페인트를 전략적으로 공급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CVC는 1960~1970년대 미국 재벌회사들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70년 대 최대 CVC를 운영했던 석유재벌 엑손(Exxon)을 들 수 있다. 석유 사업에 집중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주유소 거점을 활용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가지고 컴퓨터에 집중투자를 하였다. 실제로 1982년 엑손 PC를 출시하기도 했으나 엑손은 큰 손실을 보고 석유 사업에 다시 집중하게 됐다. 
 
영화 '잡스'를 보면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연구소를 방문해 마우스를 비롯한 컴퓨터 기술을 가져와 맥킨토시 컴퓨터를 만든 장면이 나온다. 제록스는 애플에게 기술을 빼앗긴 실수를 만회하려고 제록스테크놀로지벤처스(XTV)라는 CVC를 만든다. 독립적 CVC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XTV는 경영진에게 재무적 의사결정 재량권을 주고 VC처럼 투자 성공 시 높은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주었다. XTV는 레이저 프린터에 대한 투자를 통해 막대한 재정적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XTV 경영진에게 높은 보상을 하면서 제록스 경영진과의 갈등이 심화되었고, 제록스 자원을 활용하여 XTV 경영진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비난을 받으며 CVC 프로그램은 종료됐다. 
 
좀 더 발전된 형태의 CVC로 인텔 캐피탈 사례를 들 수 있다. 인텔 캐피탈이 기존 VC와 다른 점은 서로 경쟁인 스타트업들에 한꺼번에 투자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인텔 프로세서나 와이파이 기술을 확대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개별 스타트업의 경쟁은 투자 결정의 주요 요인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금융시장이 폭락할 경우, 일반적으로 CVC는 모(母)회사의 재무적 부담 때문에 투자를 멈추기 마련인데, 인텔캐피탈은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국제적 투자를 지속했다. 또한 인텔캐피탈의 경영진이 모회사의 초기 멤버로서 모회사의 지속적 신뢰를 이끌어냈다. CVC의 경영진이 꼭 모기업 출신일 필요는 없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VC인 M12 Ventures는 CVC 베레랑을 영입한 사례이다. MS는 전략적 관점에서 중요한 B2B 엔터프라이즈, SasS, 차세대 클라우드 분야를 정한 후, 성장성이 높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위에 소개한 미국 CVC 사례와 같이 다양한 상황과 목적에 따라 CVC의 투자 및 운영원칙이 만들어진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대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 순간, 그 기업의 인프라를 통해 개발, 제조, 유통, 영업 등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장점이기도 하지만, 스타트업의 노하우가 공개되거나 사업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위험도 있다. 그동안의 대기업의 협력업체 관리 관행을 보면 갑을 관계가 될까 우려가 된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 지주회사들은 많은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이 자금 일부가 스타트업 투자로 이어진다면 스타트업 투자 기회나 규모가 더 커지고 스타트업 생태계도 규모 있는 성장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CVC가 스타트업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나서게 되면 VC의 투자 회수 시장도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CVC를 통해 전통적인 재벌의 순환출자나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과연 이번 CVC 규제 완화를 통해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일하는 체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는 시점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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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무릎을 탁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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