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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칭 선지자' 전광훈 퇴원…경찰 "수사 속도"
"필요한 절차 신속히 진행…재수감되면 면접 조사 검토"
2020-09-02 15:04:54 2020-09-02 16:39:47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정부의 코로나19 방역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전광훈씨가 2일 퇴원하면서 경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 중인 전씨가 법원의 보석허가취소 결정으로 재수감 될 가능성이 크지만, 경찰은 구치소로 찾아가 접견 방식으로 조사하는 등의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전 목사가 코로나19 확진 후 치료를 받고 오늘 퇴원함에 따라 감염병예방법 등 관련 사건들에 대해 법적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필요한 수사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 목사가 재수감 될 경우에 대해서도 "구치소로 찾아가 접견해 조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입원 치료를 받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일 오전 퇴원해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방역당국과 서울시 등은 방역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으로 전씨와 사랑제일교회 관련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지난달 21일 사랑제일교회를 압수수색했으나 코로나19 확진자인 전씨에 대한 조사는 실시하지 못했다.
 
전씨가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으면서 보류됐던 법원의 보석허가 취소 심사도 곧 실시될 전망이다. 법조계는 전씨가 방역당국과 서울시의 집합금지명령을 공개적으로 위반하고, 불법집회를 주도 또는 참석해 온 사실 등에 비춰볼 때 재수감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전씨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 총괄대표로 활동하면서 지난해 12월2일부터 올해 1월21일까지 광화문 광장 집회 또는 기도회를 통해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자유우파 정당들을 지지해 달라'는 취지로 발언해 사전선거운동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전씨를 재판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는 지난 4월20일 보증금 5000만원 납입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해 올해 2월20일 구속된 지 56일만에 전씨를 석방했다. 재판 중인 사건과 관련될 수 있거나 위법한 집회 또는 시위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허가 조건에 포함됐다.
 
그러나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8.15 광복절을 겨냥해 한 달여 전부터 전국 신도들에게 광화문 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등 불법집회를 조직적으로 준비해왔다. 광복절 전날인 14일에는 언론을 통해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테러를 당했다며 허위사실을 유포했다. 
 
또 광복절 당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연설하고 다른 참석자들과 접촉하는 등 방역수칙은 물론 법원의 보석허가 조건을 위반했다. 결국 전씨는 같은달 17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서울의료원으로 이송되는 중에도 마스크를 턱에만 걸치고 전화통화를 하는 등 방역수칙을 어겼다.
 
전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발효 중인 이날 오전 퇴원하자마자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저와 저희 교회를 통해 국민들에게 근심을 끼쳐드린 데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우한 바이러스 전체를 우리에게 뒤집어씌워 사기극을 펼치려고 했으나 국민의 현명한 판단 덕분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거짓 평화통일 주제를 가지고 국민을 속이고 있다. 이를 계속한다면 한달간 지켜보다가 목숨을 그야말로 던지겠다"면서 "저는 정치가나 사회운동가, 사회를 이끄는 사람도 아니지만 선지자 중 한 사람이다. 선지자들은 이해 타산을 따지지 않는다. 국민들이 좋아하든 안 좋아 하든 상관 없다"고 말했다.  
 
광복절 집회 이후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와 서울시 등 방역당국이 감염병 확산차단을 위해 소속 신도 명단 제출 등 협조를 요청했지만 사랑제일교회 측은 명단을 허위로 제출하거나 고의로 지연한 것으로 방역당국과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방역당국과 서울시에 따르면, 12일 소속 신도 가운데 첫 확진자가 확인된 뒤 21일만인 이날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총 1117명으로 늘었다. 교인과 방문자가 585명, 이들과 접촉을 통해 감염된 사람이 430명이다. 나머지 102명은 구체적인 감염경로 조사를 받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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