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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잘나가는데…외국계 보험사의 흥망성쇄
2020-08-24 06:00:00 2020-08-24 07:51:57
[뉴스토마토 박한나 기자] 미국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이 매각에 성공한데 이어 악사손해보험까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을 탈출할 수 있는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일각에서는 보험사들이 대거 도산한 일본의 1990년대 전철을 따라가고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13년 네덜란드계 ING생명이, 2016년 영국계 PCA생명과 독일계 알리안츠생명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미국계인 푸르덴셜생명은 지난 4월 KB금융지주 품에 안겼다. 프랑스계 악사손보는 이달 매각 절차를 시작했다. 
 
외국계 보험사들의 국내 보험시장 탈출이 가속화하고 있다. 외국계 보험사들은 현재를 국내 보험시장을 탈출할 적기로 판단하고 있다. 세계적 경기 침체에 저금리, 국내 보험업황 둔화 등으로 국내 보험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생명보험의 경우, 2016년 -0.4%부터 시작된 역성장 추세가 2020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보험연구원의 전망치까지 나왔다. 
 
또 2023년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하는 것도 보험사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외국계 보험사가 대부분 상대적으로 높은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보험 부채의 시가평가를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자본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로 은행을 통한 이자이익 확대가 어려워진 금융지주들이 비이자 이익 기반 확대로 수익개선이 필요한 상황도 이를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비이자이익 확대를 위해서는 보험업 진출이 필요한데 금융그룹과 사모펀드의 입찰경쟁으로 높은 매각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적기에 매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기준 자산 21조790억원 규모의 중위권 보험사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408억원을 기록했다. 생명보험업계 최고의 지급여력비율 425%로 안정적 이익 창출력과 탄탄한 설계사 조직으로 손꼽히는 알짜 생명보험사다. 
 
지표가 좋을 때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만큼 푸르덴셜생명은 매각에 성공했다. KB금융지주는 총자산 21조 규모의 중위권 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의 지분 100%를 약 2조3000억원의 인수금액으로 취득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바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치열한 입찰경쟁으로 예상보다 높은 매각가가 형성됐다. 
 
이번에 매물로 나온 악사손보 역시 올해 실적 개선이 예상되고 있어 지금이 적기라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자동차손해율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올해 악사손보의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커서다. 실적이 좋을 때 시장에 매물로 내놓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일각에서는 1990년대 일본의 보험사들이 저금리 장기화에 도산하거나 파산한 전철을 따라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저금리 직격탄으로 재무건전성이 악화해 2000년 전후로 총 8곳의 보험사가 파산했다"며 "1991년 버블 붕괴 이후 저금리 기간 이후에 가시화된 것인데 향후 국내 보험업계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생보사인 푸르덴셜생명이 매각에 성공한데 이어 악사손해보험까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은 강남에 위치한 푸르덴셜생명 전경. 사진/푸르덴셜생명
 
박한나 기자 liberty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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