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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검찰 인사 유감
2020-08-11 06:00:00 2020-08-11 08:00:05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에는 ‘군부’가 권력의 중심이었다. 그 다음으로 중앙정보부(안기부)가 권력을 보좌했고, 검찰은 권력의 중심에서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었다. 따라서 민주화이전에는 장군들 인사가 언론의 관심이 되었다. 보안사나 수방사, 특전사와 같은 군부 내 요직에 육사 몇 기 아무개가 유력하다거나, TK출신들이 요직을 점령했다는 기사를 당시에는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검찰인사가 언론의 관심사가 되더니, 급기야는 국민들도 신임 검사장이 누군지, 차기 총장 후보는 누구인지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만큼 검찰이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했다는 반증이다. 민주화가 검찰의 힘을 키워준 셈이다. 
 
그러나 인사권이 권력에게 있는 만큼 검찰 스스로의 힘으로 권력의 중심이 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정부입장에서도 인사권을 통해 검찰을 통제하여 검찰권남용을 방지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검찰은 여타 공적기관과 구별되는 특성이 있다. 자신의 인사권자에 대해서도 언제든 수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형사법교과서에서 검사를 준사법기관이라고 기재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태생적으로 검찰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엮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검찰이 권력에 순치되면 될수록 권력의 입맛에 맞는 무리한 수사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반발로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우리 현대사에서 여러 차례 반복된 현상이다. 검찰 권력이 정점을 달리던 MB정권시절 미네르바나 PD수첩 사건 당시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였던 검사들은 승승장구했다. 권력이 검사들에게‘충성해라, 그럼 배려한다.’라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반면, 정권에 부담되는 수사를 강행하면 인사로 보복을 당했다. 박근혜 정권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주도했던 검사들의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지난 몇 달간 우리 사회를 들썩였던,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면서까지 헌정 사상 2번째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발동되었지만, 소위 ‘검언유착’의혹은 증명되지 않았다. 심지어 수사팀장이 휴대전화 압수·수색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까지 하는 등 무리한 수사가 이어졌지만, 수사팀 총괄책임자인 이성윤 중앙지검장은 아무런 문책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수사팀을 지휘한 차장 검사는 지난 7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실패한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검사장으로 승진하여 대검간부로 입성했다. 이런 인사가 현장에 있는 검사들에게 어떻게 작용할지는 너무나 뻔하다. 
 
지난 2월 대검회의에서 최강욱 비서관을 기소하라는 윤석열 총장의 지시를 거부한 이성윤 지검장을 공개 비판한 문찬석 광주지검장을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하여 사의를 표명하게 한 것이나, 유재수 감찰 무마 사건 수사 당시 조국 전 장관에 대한 기소를 반대하며 윤 총장을 수사팀 지휘에서 배제하자고 건의했던 심재철 대검 반부패부장을 검찰 인사·예산 등 중요 업무를 맡을 검찰국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MB정권시절 검찰 내부를 속속들이 담은 이순혁 기자의 '검사님의 속사정'에는 검찰인사의 맹점이 다음과 같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다. 
 
“검찰이 아무리 권한이 세고 조직으로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 조직이 건강하고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면 큰 문제는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검찰조직은 그렇지 않다. 아니 그럴 수 없다. (검찰)인사를 통해 끊임없이 상관과 조직에의 충성을 요구당하고, 정치권력에 의해 라인업이 짜여 지는 상충부는 정치적인 색깔을 띨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과거 어느 정권보다도 검찰개혁을 강조해 왔다. 이미 수사권조정이나 공수처 도입을 통해 검찰 권력을 상당히 분산시켰다. 그러나 검찰인사만 놓고 보면 유감스럽게도 과거 보수정권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검찰 상층부는 여전히 정치권력에 의해 라인업이 짜여 지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는 인사보복을 당하고, 권력에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한 검사는 승승장구하는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감'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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