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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언 유착 폭행 사건' 장면별 분석해 보니…
수사팀, 검찰수사심의위 의결 닷새만에 정면 불복
부장검사 물리력 행사는 맞는 듯…'정당성'이 관건
한 검사장 '독직폭행' 고소vs 수사팀장 '명예훼손' 맞고소
2020-07-29 21:16:23 2020-07-29 22:57:48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검언 유착 의혹'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의결에 전면 불복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는 29일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하던 중 현장에서 정진웅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과 몸싸움까지 벌였다. 한 검사장이 '독직폭행'으로 정 부장검사를 고소 및 감찰을 요청했다. 정 부장검사는 사건 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는 사진까지 언론에 공개한 뒤 한 검사장을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점입 가경이다.
 
수사팀, '수사중단' 권고 불복 강제수사
 
양측이 밝힌 입장을 종합하면, 수사팀이 법무연수원을 압수수색한 것은 이날 오전 11시다. 지난 24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핵심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기소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을 의결한 지 닷새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29일 압수수색한 충북 진천의 법무연수원 정문. 사진/뉴시스
 
압수수색 당시 현장인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실에 있었던 사람은 한 검사장과 정 부장검사, 수사팀 소속 장태영 검사와 수사관, 법무연수원 직원 등 5~6명이다. 한 검사장 측 변호인인 김종필 변호사가 이후 도착했지만 상황이 종료된 후다.
 
압수수색 목적은 '휴대폰' 확보
 
이날 정 부장검사가 밝힌 입장문을 보면, 압수수색 목적은 한 검사장의 휴대폰 확보였다(다만, 한 검사장 측은 압수수색 영장에 명시된 압수수색 대상물은 '휴대폰'이 아닌 유심(Usim) 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검사장은 수사팀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자 이를 받아 읽기 시작하면서 정 부장검사에게 변호인 참여를 요청했다. 정 부장검사는 이를 허락했고 한 검사장은 자신이 휴대하고 있던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여기까지는 양측의 입장이 같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한 검사장 주장은 변호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폰 비밀번호를 풀려고 했다. 김 변호사의 전화번호를 외우지 않고 있으니 휴대폰 내 저장된 번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고 한 검사장 몸 위로 올라타 한 검사장을 밀어 소파 아래로 넘어지게 했다는 것이 한 검사장 주장이다. 한 검사장은 "넘어진 뒤에도 정 부장검사가 몸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 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주장하고 있다.  
 
"변호사에게 전화"vs"내장 기록 삭제"
 
정 부장검사 입장은 다르다. 그는 "한 검사장이 휴대폰에 무언가(한 검사장 설명에 따르면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행태를 보여 무엇을 입력하는지 확인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를 돌아 한 검사장 오른편에 서서 보니 한 검사장이 앉아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있었고 마지막 한 자리를 남겨두고 있었다"고 말했다. 한 검사장의 설명과는 달리 두 사람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정 부장검사는 "마지막 자리를 입력하면 압수하려는 압수물 삭제 등 문제가 있을 것으로 판단해 긴급히 '이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하면서 한 검사장으로부터 휴대폰을 직접 압수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이 부분에 대해 한 검사장은 '비밀번호를 풀어야 안에 등록돼 있는 변호인 번호로 전화를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차량을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몸 날려 밀어 넘겨"vs"휴대폰에 손 뻗다가 넘어져"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물리적 다툼에 대한 부분도 상이하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은 앉은 채로 휴대폰 쥔 손을 반대편으로 뻗으면서 휴대폰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했고, 제가 한 검사장 쪽으로 팔을 뻗는 과정에서 중심을 잃으면서 저와 한 검사장이 함께 소파와 탁자 사이의 바닥으로 넘어졌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소파 건너편에 있던 정 부장검사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며 밀어 넘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한 검사장은 넘어진 상태에서도 휴대폰을 움켜쥐고 주지 않으려고 완강히 거부해 실랑이를 벌이다 휴대폰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정 부장검사는 아울러 "한 검사장의 압수 거부 행위를 제지하면서 압수 대상물을 실효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이었을 뿐 제가 탁자 너머로 몸을 날리거나 일부러 한 검사장의 팔과 어깨를 움켜쥐거나 밀어 넘어뜨린 사실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검사장은 "넘어진 뒤에도 정 부장검사가 몸 위에 올라타 팔과 어깨를 움켜 쥐고 얼굴을 눌렀다"고 했다. 
 
"올라타 얼굴 눌러"vs"실랑이 벌이다가"
 
이 주장들만 보면 인과관계 설명과 표현의 차이가 있지만 정 부장검사가 먼저 물리력을 행사한 것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정 부장검사가 한 검사장을 맞고소하겠다면서 밝힌 내용을 보면 "'독직폭행' 했다는 식의 일방 적인 주장과 함께 고소를 제기한 것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이에 대해서는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해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부분에 물리력 행사가 정당한 압수수색 행위였는지에 대한 법리적 쟁점이 있다.
 
정 부장검사는 한 검사장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이 상황을 인정했고, 그 장면이 녹화돼 있다는 한 검사장의 주장에는 반박하지 않았다. 한 검사장 역시 이 상황이 녹화된 카메라가 집무실 내 CCTV인지, 수사팀이 압수수색 과정을 녹화하기 위해 준비한 영상카메라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한 검사장이 녹화영상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지적한 이상 당시 녹화영상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증거물로 특정됐다.
 
한 검사장이 '압수수색 절차와 수사절차에서 빠질 것을 정식으로 요청했으나 거부했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 정 부장검사는 "저는 수사책임자로서 검찰수사심의위 이전에 발부받았던 압수영장 집행을 마치기 위해 끝까지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고 반박했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 압수수색 과정에서 한동훈 과장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정진웅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검사가 서울 모 병원 입원실에 누워 안정을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검
 
"한 검사장 변호인 오니 긴장 풀려 병원으로" 
 
정 부장검사가 이날 압수수색의 목적을 달성한 뒤 병원에 간 이유는 두사람간 물리적 다툼 때문이 아니다. 그는 "한 검사장의 변호인이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 긴장이 풀리면서 팔과 다리의 통증 및 전신근육통 증상을 느껴 인근 정형외과를 찾아갔고, 진찰한 의사가 혈압이 급상승해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전원 조치를 해 현재 모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치료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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