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공식적으로 포기하면서 '승자의 저주' 리스크에선 벗어났지만 동시에 유동성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 정부가 이스타항공 인수를 전제로 제주항공에 지원하기로 한 1700억원을 받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제주항공 역시 저비용항공사(LCC) 업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다음 달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다음 달 운영자금과 채무상환자금을 목표로 진행되는 이번 유상증자는 이달 말일 2차 발행가액을 산정한 뒤 다음달 6일께 우리사주조합과 구주주 대상 청약이 진행될 예정이다. 실권주 발생 시 10~11일 동안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한다. 이는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자 실적과 재무 사정이 악화돼 자본 확충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다음 달 16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사진은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 제주항공 비행기와 이스타항공 비행기가 멈춰 서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LCC 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3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중 1700억원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전제로 제주항공에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M&A(인수·합병)가 결렬되며 지원 계획도 무산된 상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당초 1700억원 인수자금은 인수 목적으로만 쓸 수 있었기에 운영 자금으로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며 "다만 이번 유상증자 외에도 유급 휴직과 임원 급여반납 등 자구노력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번 M&A 무산으로 제주항공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가 직접 나서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채형석 부회장을 만나 인수딜 성사를 촉구했을뿐더러, 이번 계약 파기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을 파산 위기로 내몬 '셧다운' 조치에 대한 책임을 두고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진실 공방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제주항공도 마냥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는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주항공의 2분기 성적표도 우울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을 기록한 제주항공은 2분기에도 영업손실이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은 제주항공이 2분기 손실액이 전 분기 대비 30% 가까이 늘어난 846억원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선 노선이 매출의 90%를 담당하는데 해외 하늘길이 코로나19 여파로 막히면서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는 것이다.
한편 유동성 위기에 몰린 항공사들은 잇따라 자금 마련을 위한 유상증자에 나서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에 앞서 1조126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결과 총 4조8000억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