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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수도이전' 보다 '수도정비'가 먼저다
2020-07-28 06:00:00 2020-07-28 06:00:00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수도 이전 논란으로 뜨거운 여름이 되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수도 이전' 카드를 빼들었다. 청와대, 국회, 아직 이전하지 않은 정부부처까지 포함해 모두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자는 제안이다. '수도 이전'은 오랫동안 관심을 모아온 이슈다. 수도권 과밀화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으로 각종 물자와 인력이 집중하면서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고 중요한 국가 기관들이 집중되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종 주요 문화 시설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에 몰려 있다.
 
서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 일 뿐만 아니라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정계와 재계의 실력자들이 대부분 서울을 중심으로 살고 있다. 지난 60여년 간 한국 경제가 고속 성장하는 것과 맞물려 수도권 집중은 더 심해졌다. 주요 대학들이 서울에 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많은 학생들이 진학을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졸업 후에는 대부분 수도권에서 직장을 얻기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조차 드물었다. 수도권 인구는 계속 늘어났고 지방은 계속 쪼그라들었다.
 
김 원내대표가 쏘아 올린 '수도 이전' 이슈는 파장이 꽤 크게 작동하고 있다. 국민 여론은 긍정적이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21일 실시한 조사(전국500명 유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4.4%P 응답률4.7%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청와대, 국회, 남아 있는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물어보았다. '이전 찬성' 의견이 53.9%로 절반을 넘었다. '이전 반대' 응답은 34.3%였다. 우리 국민들은 대체로 '수도 이전'에 대해 찬성 의견이 더 높았다. 특히 서울을 제외한 지방 거주자들의 의견은 압도적으로 '수도 이전'에 대한 긍정 여론이 더 높았다. 호남 지역은 거의 10명 중 7명 가까이 찬성 의견이었고 세종시를 품고 있는 충청권도 호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수도 이전'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충청권에 미친 영향은 기대 이상이었다. 충청권에서 경쟁자인 이회창 후보보다 앞서는 득표를 얻어내며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으로 수도 이전을 밀어붙였다. 그렇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상 서울이 수도라는 선고를 내리면서 '수도 이전'의 열기는 한 풀 꺾이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미래통합당은 여당의 '수도 이전'에 발끈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으로 국민 여론의 반발을 사고 있는 국면 전환용이라며 '수도 이전' 공방은 2004년 헌법재판소 선고로 마무리 되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여당이 '수도 이전'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최근 하락하고 있는 충청권의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를 반전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충청권의 관심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는 '수도 이전' 카드가 여론을 반전 시키는 회심의 한 수로 보인 것이다.
 
야당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많은 국민들이 '수도 이전' 이슈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연령대가 어릴수록 '수도 이전'에 대한 찬성 의견이 적극적이다. 부동산 정책으로 실망한 2030 민심을 되돌릴 수 있는 절묘한 수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청와대, 국회, 정부 부처가 금방 이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야 간 협의도 거쳐야 하고 관계법령도 마련되어야 한다. 청와대, 국회 등이 이전한다고 해도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가라앉을지도 의문이다.
 
최근 인천 지역과 일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수돗물에서 깔따구의 유충이 나왔다고 한다. 마시는 물에서 붉은 색 유충이 나온다면 어떤 기분일까. 인천시는 지난해 붉은 색 수돗물 파동까지 겪었지 않았는가. 서울시는 수돗물을 아무 걱정 없이 마실 수 있다고 수도 없이 홍보한 적이 많았다. 주민들은 시 당국을 믿었지만 정수장 관리를 잘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수돗물을 믿지 못해 각 마트마다 생수 판매 난리가 나고 샤워기에 필터를 장착하기 바쁘다면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깔따구 유충이 고도정수처리 과정 중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과 단계에 사용하는 입상활성탄 공정 중 방충망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물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아직 정확한 원인 파악과 대책 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살고 있는 수도권의 시설 관리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노후화된 수도관 재정비도 시급한 과제 중 하나다. '수도 이전'이라는 장기적이고 정치적 이슈를 따지기 이전에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수도 정비'가 아무리 보더라도 먼저 해야 할 일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insightk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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