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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보이스피싱·사이버범죄, 선제 단속하고 엄단하라"
제6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주재…'온라인플랫폼 불공정 해소' 등 지시
2020-06-22 18:32:03 2020-06-22 18:32:03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과 사이버 도박·사기 등의 피해가 급증하는 것에 우려하고 관계당국에 "특별하고 강도 높은 대책"을 당부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오후 2시부터 청와대에서 반부패·공정정책 관계 부처 장관 등 총 36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했다"며 회의 결과를 소개했다.
 
우선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보이스피싱 대책'을 보고하자 문 대통령은 "옛날에는 주로 전화로 보이스피싱이 있었으나 이제는 스미싱(문자메시지+피싱)이란 명칭까지 새로 생길 만큼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다"면서 "(가짜)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문자에 반응해 신상정보가 넘어가는 일도 있었고, 카카오톡을 통해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이어 "코로나 재난 메시지가 휴대전화로 뜨는 것처럼 보이스피싱도 경고 문자로 요즘 어떤 수법이 통용되는지 알려주는, 경보발령 대책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범국민운동을 벌여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카드론으로 빚까지 지게 된 서민들의 사례를 전하면서 "정부기관은 물론 금융기관이 나서 사전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은 위원장은 "관계기관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역량을 결집한 뒤 강력히 보이스피싱 척결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박 범죄가 늘어나곤 한 것이 과거부터 되풀이되어온 패턴"이라며 "사이버 도박과 사기 문제도 검·경이 각별하게 챙겨 달라"고 당부했다. 실제 코로나19 발생 이후(1~4월) 사이버 도박은 전년 동기대비 19.1% 포인트 상승, 사이버 사기 사건도 같은 기간 동안 18.5% 포인트 늘어났다.
 
문 대통령은 "앞으로 더 빠르게 사이버 도박과 사기범죄가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선제적 단속으로 정부가 엄단 할 것이라고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민갑룡 경찰청장은 "연말까지 집중 단속을 벌이고 관계 부처가 합동브리핑에 나서 경각심을 주도록 하겠다"고 대답했다. 경찰청은 사이버 도박·사기가 국경을 초월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속한 수사와 피의자 검거 등을 위해 FBI 등 주요국 수사기관 및 국제기구, 글로벌 IT 기업 등과의 국제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서민의 어려움이 큰 만큼, 법 집행 과정 및 수사 시 검찰이 어떤 자세로 임할 것인지를 자세히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생계 곤란자의 벌금 분납을 적극 시행하고, 벌금형에 대한 집행유예 구형도 시행토록 하겠다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거래의 폭발적 증가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온라인플랫폼'의 불공정 해소 문제도 논의됐다.
 
문 대통령은 "플랫폼 경제가 워낙 다양하고 새로운 양상이라 기본 법 체계로는 규율이 어렵다"면서 "새로운 법률(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플랫폼 갑을관계 문제 해소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현행 법 체계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영세한 입점업체를 상대로 부당하고 불공정한 수수료를 받는다면 불공정약관이나 불공정 행위로 규제할 수 없는지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택배사업 등의 경우를 예로 들고 "플랫폼 노동자의 중계로 배달이나 거래가 이뤄지는데도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처럼 돼 있어서 노동자의 법적 지위가 안정되지 않는 만큼 공정거래위와 고용노동부는 협력해 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공정거래위 측은 "판매 가격 간섭, 판촉 비용 전가 등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모범거래기준 및 표준계약서 제·개정을 통해 플랫폼 시장의 불공정 관행이 자율 개선되도록 유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보고했다.
 
끝으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수사권 개혁 등 수사 환경의 변화에 따라 반부패 기관들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한편, 공직사회에 적극행정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방안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보고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공무원들의 적극행정 장려를 위해 "감사 기능을 공직사회 지원에 두고 있다"면서 "비위행위가 없으면 개인 책임은 묻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 초기부터 감사원장이 적극행정에 대한 면책을 장려해왔으나 일선행정 현장에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공직자들이 자신 있게 적극행정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를 마무리 하면서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는 여러 가지 개혁을 추진하기 때문에 공직사회도 긴장하고 청렴성을 유지하곤 한다"면서 "하지만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긴장이 느슨해지면서 부패행위가 일어나는 일이 과거에는 되풀이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공직사회가 긴장을 잃지 않고 도덕성과 청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강도 높고 강건한 의지를 다져 달라"고 참석자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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