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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공룡 맞손 넘어 품 안에'…높아지는 K-바이오 위상
지난해 기술 수출 8조 돌파…올해 글로벌 제약사 사업권 인수까지
2020-06-16 16:03:36 2020-06-16 16:08:31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 국내 증시 중심축 역할을 수행 중인 제약·바이오업종이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규모와 역사 측면에서 한참 앞선 해외 대형 제약사와의 협업을 넘어 일부 사업을 인수하는 등 달라진 위용을 뽐내는 중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자체 개발 신약이 부족해 전 세계 제약산업에서 변두리 국가에 머물던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최근 연이은 성과로 괄목할만한 질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한 해 매출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공시키는가 하면, 글로벌 상위 다국적 제약사의 사업을 인수하는 등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은 100년이 넘는 역사에도 세계 무대에선 한 수 아래로 취급 받아왔다. 한방을 기반으로 한 전통 약방에 이어 케미컬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제네릭 시장이 주를 이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신약 배출에 전 세계 시장에서 2%에 불과한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산업 덩치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통 제약사부터 바이오벤처까지 자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또는 보유 기술을 해외 대형 제약사에 기술이전을 성사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대형 기술이전은 지난 2015년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3조원대 당뇨병 치료제 기술을 비롯해 일라이릴리와 얀센 등과 잇따라 계약을 성사시키며 포문을 열었다. 최근 일부 기술이 반환되며 다소 빛이 바랬지만, 글로벌 무대에 국내 산업을 분명히 각인시키며 회사가 '기술명가'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게하는 계기가 됐다.
 
한미약품의 바통은 유한양행이 이어 받았다. 지난 2014년부터 국내 제약업계 부동의 매출 1위를 기록 중임에도 높은 상품 매출 의존도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유한양행은 지난 2018년말부터 2019년까지 얀센, 길리어드사이언스, 베링거인겔하임 등에 신약 후보물질을 연달아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3건의 계약 규모 합계만 3조3000억원 수준으로 회사의 1년 매출을 2배를 훌쩍 넘어선다. 
 
또 브릿지바이오와 알테오젠이 1조원대 규모의 대형 기술이전을 글로벌 상위 제약사와 성사 시키는 등 상대적으로 규모와 인지도에서 밀렸던 바이오텍들도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켰다. 이 같은 고른 성과에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는 8조원 넘는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1년 새 60% 이상의 규모 성장을 거뒀다. 
 
최근에는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이 한 걸음 나아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10위권 제약사인 다케다약품공업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8개 제품 사업권을 3300억원 규모에 인수하며, 회사의 첫 대형 인수합병 테이프를 끊었다. 이미 글로벌 무대에서 입지를 굳힌 국산 바이오시밀러 대표 기업이 다케다 케미컬 사업 일부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 제약바이오 회사로의 도약을 선포한 셈이다. 
 
다음달 상장을 앞둔 SK바이오팜 역시 해외 진출을 위한 필수 관문인 미국에서 이미 2개의 제품을 판매 중인 만큼 상장을 앞둔 출사표에서 글로벌 종합 제약사로의 발돋움을 선언한 상태다. 진출 준비 단계부터 현지 영업을 비롯한 보험까지 철저하게 조사해 대비할 만큼 미국 공략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단순 후발 주자가 아닌 해당 분야 주도적 기업으로서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 소속 연구원이 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셀트리온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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