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시달리는 이스타항공 직원들…대주주는 '나몰라라'
4개월째 250억 임금체불
노동자 '생계파탄' 직전
고용청 지급명령 시한도 어겨
2020-06-15 14:14:00 2020-06-15 14:14:0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넉 달째 임금이 체불돼 생활고를 겪고 있는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임금체불 책임자를 구속·처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체불임금 지급 문제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가운데 낀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은 1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4개월 연속 임금체불과 관련된 책임자의 구속·처벌을 촉구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이미 계약직, 인턴 등 188명과 지상조업자 300여명을 포함해 총 600명 가까이 직장을 떠났고, 남은 직원들의 임금마저 4개월째 체불되고 있다"며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측은 서로의 이익을 위해 문제 떠넘기기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은 15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타항공의 4개월 연속 임금체불과 관련된 책임자의 구속·처벌을 촉구했다. 사진/최승원 기자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임금체불은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일가가 이스타항공 지분을 제주항공에 매각해 이득을 챙길 욕심 때문에 악의적으로 자행된 범죄"라며 "이스타항공 오너 일가와 이들의 뜻에 따라 움직인 이스타항공 사측은 아무런 손해를 보지 않겠다며 임금체불로 인한 모든 고통과 손해를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수차례 정부와 여당에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는 이를 묵살해 왔다"며 "정부는 여당 국회의원이자 이스타항공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에게 체불임금에 대한 책임을 묻고 즉시 진상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의 소유다. 이상직 의원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보유한 상태다.
 
이날 노조는 이스타항공 측의 임금체불이 악의적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양측이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당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였으나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 1개월 만에 돌연 방향을 전환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김유상 이스타항공 전무는 이달 초 직원간담회에서 "사드, 맥스 운항중단, 일본불매 운동으로 인해 MOU체결 당시 약간의 어려움은 있었으나 디폴트나 임금체불 상황은 아니었다"고 발언한 바 있다.
 
노조는 이스타항공 측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월에 이스타항공이 50억원 흑자를 기록한 뒤 다음 달 정부의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2월 임금이 일부 체불된 것은 부당하다는 설명이다. 박 위원장은 "이스타항공 측은 노동자들의 피해를 줄일 기회가 있었음에도 무작정 기재를 줄이고 인원 구조조정에만 몰두했다"며 "노동자들의 임금이 악의적으로 체불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생계 문제도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드러났다. 노조 측이 이스타항공 전직군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80명 중 76.4%는 지난 3월 이후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는 생활비(80.3%), 주택비(10.7%) 등을 꼽았다. 일부 직원들은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적금을 해지하고 주택 보증금을 회수해 생활하는 등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직원은 "아르바이트마저도 4대 보험과 겸업금지 때문에 쉽지 않다"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 4월 이스타항공 노조는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를 상대로 4대 보험료 유용·횡령과 관련한 고소 및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노조가 조회한 결과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고용보험, 산재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등 보험료 약 36억원이 올 초부터 체납됐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월급 명세서에는 사측이 모두 지불한 것으로 표시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타항공은 고용노동청으로부터 지난 2~3월 체납된 임금과 관련해 이달 9일까지 지급하라는 시정지시를 받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노조 측은 정부가 이스타항공 경영진을 즉각 구속해 수사할 수 있도록 모든 법률적 조처를 할 것을 촉구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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