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놓친 인터넷은행, 자본확충·상품취급 등 숙제 산더미
태생적 한계, '성장 발목' 잡을 것이라는 우려↑…카뱅, '2.0 개편'으로 금융플랫폼 확대
2020-06-15 06:00:00 2020-06-15 06:00:00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케이뱅크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금융권에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갖는 태생적 한계가 자본확충 이후에도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은행 영업에는 상당한 자본이 필요한 데다 '챌린지 뱅크' 특유의 취급 상품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인터넷은행들이 주춤하는 사이 기존 은행들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붙였고, 저금리로 시중은행과의 금리 차이도 줄었다.
 
은행권에선 통상 인터넷은행이 수익성 있는 영업을 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1조2000억원 가량 뒷받침돼야 한다고 본다. 최근 은행 순이자마진율(NIM)이 1.50% 수준임을 감안했을 때 수치상 여·수신 규모를 8조원으로 가져가야 흑자를 만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본금 3000억원으로 출발한 카카오뱅크는 때마다 유상증자로 작년 말 자본금을 1조8255억원까지 늘였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반대로 케이뱅크는 번번히 유상증자에 실패하며 영업에 제동이 걸렸다. 
 
안착 이후에도 투자회수(Exit·엑시트) 문제가 숙제로 남는다. 재수 끝에 제3인터넷은행으로 지정된 토스뱅크가 1차 예비인가에서 떨어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토스뱅크는 최초 컨소시움에서 일부 주주가 빠져나가자 벤처캐피탈로 그 빈자리를 채웠다. 그러나 이들은 기업공개(IPO) 불가 시 엑시트라는 단서조항을 달았고, 금융당국은 토스뱅크의 자본력을 의심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1차 인가에서 이승권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의 행보가 은행을 준비한다기보다 벤처사업을 준비한다는 느낌이 강해 일부 컨소시엄 주주·당국 모두로부터 반발을 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들이 씬파일러(Thin filer) 대출 등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는 챌린지 뱅크를 지향한다는 점도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택담보·기업대출과 같이 수익성 높은 상품도 취급해야 안정적인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4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주담대 출시를 위한 내부 스터디를 진행 중이며, 단기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대출 이후 리스크 관리 등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것이 업권의 공통적인 견해다.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전환도 수년 사이 발 빠르게 진행됐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을 좋은 '러닝메이트'로 삼아 뱅킹 앱 개선을 이어왔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임원은 "카카오뱅크가 만드는 고객 편의성은 시중은행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 한 차원 높다"면서도 "그렇다고 업권 전체를 잡아먹지는 않을 것으로 봐 좋은 외부자극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인터넷뱅킹이 취급하는 상품 금리도 기존 은행들과 비슷해지면서 경쟁력 역시 잃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자행 대출상품으로 카카오뱅크 고객들이 대환 신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최근 금리가 낮아지면서 금리혜택이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모바일앱 2.0 개편을 알리면서 금융플랫폼으로 서비스 확장을 설명한 카카오뱅크도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계좌 개설 서비스와 제2금융권 연계대출 서비스로 재미를 보자 올해는 대폭 전략을 확대했다. 카카오뱅크의 1분기 수수료 손실 31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48억원에서 크게 개선했다. 올해는 신한·KB국민·삼성·씨티카드와 협업해 각각 다른 혜택을 담은 각 사별 1종, 총 4종의 제휴 신용카드를 공개했다. 제휴 신용카드는 출시 일주일 만에 10만건, 한달 반 만에 신청 건수가 20만건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는 카드 발급수 만큼 발급 수수료를 얻는다.
 
케이뱅크의 자본확충 노력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 한계에 따라 성과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5년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컨소시엄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