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불발되면 결국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채권단 관리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채권단은 구조조정과 부채 축소 등 기업 가치를 높여 재매각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그러나 코로나19 국면이 지속되는 데다 경기 하방 압력이 커 실제 재매각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 HDC현산은 지난해말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할 때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4조5000억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기업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도 이견이 없다. 특히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중단도 길어질 공산이 크다. 항공업 특성상 리스 비용이 많은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손실을 시간이 갈수록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한달 단위로 수십억원의 부채가 쌓인다는 분석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회계가 투명하지 못하다는 점도 정확한 부채 규모를 짐작할 수 없게 한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이 추가차입급, 영구전환사채 전화 등을 사전동의 없이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또 2019년 감사보고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외부감사인이 아시아나항공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해 부적정 의견을 표명함에 따라 이번 계약상 기준인 재무제표의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계약 기준 재무제표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에 따라 작성돼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을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채가 4조5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기업 존속 방안도 아시아나항공이 자체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가 종식된다고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 책임을 두고 미국-중국 갈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사드보복 조치 당시 중국 매출 비중이 큰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대다수 항공사들은 중국 노선을 줄여야했고, 실적하락도 불가피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등 이미 '공중전'을 펼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 구조조정을 거쳐 부채비율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최대한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가치를 올린 다음 다시 재매각하는 방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숨어있는 부채가 아직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결국 아시아나항공을 채권단 관리로 전환해,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재매각하는 방안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2018년 금호타이어를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등 주채권은행으로서 과거에도 여러 부실기업을 인수해 재매각한 사례가 있다.
그렇다고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대우건설의 경우 1999년 대우그룹 해체에 따른 기업분할 이후 지분 인수를 통해 주인이 두 번 바뀌고 2018년 호반건설의 인수 시도가 있었지만 불발됐다. 당시에도 산은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높여 매물로서 매력을 갖춘 뒤 매각을 성사시키겠다고 강조했지만, 아직까지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오는 2021년까지 다시 매각을 시도한다는 계획이나, 1조원대로 추산되는 대우건설의 인수대금을 지불할 업체가 국내엔 흔치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산은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도 매각 타이밍 등에 대한 판단을 잘못해 인수가 불발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산은은 누적된 부실기업 지원과 최근 코로나 사태에 따른 추가 금융지원으로 자체 건전성 악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최종 불발되면 채권단과 계약금 반환을 두고 소송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각각 계약금 322억원, 2177억원을 넣은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약금 반환은 예전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포기했을 때처럼 절반 정도만 회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코로나 상황인 만큼 HDC현산이 계약금 모두를 회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청사 전망대에서 바라본 아시아나 항공 여객기가 이착륙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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