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견 건설사의 분양 계획 물량이 예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급감했다. 중견사의 상반기 계획 물량은 2015년부터 3년간 9만 가구를 웃돌았으나, 최근 3년 동안은 5만가구 수준으로 떨어졌다. 공공택지 감소와 더불어 대형 건설사의 지방 진출이 활발해진 탓이다.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방 다수의 주택 시장이 침체해 있는 점도 분양 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9일 건설업계와 대한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는 올해 상반기 총 5만5911가구를 분양 목표로 잡았다. 중견 건설사들은 상반기 기준 최근 3년 동안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물량을 계획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40887가구를, 2018년에는 5만6895가구를 분양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상반기 분양 계획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수치다. 2015년 상반기 중견 건설사의 분양 계획은 9만4457가구였고 2016년에는 9만8369가구, 2017년 9만4947가구였다. 이 시기 중 계획 물량이 가장 적었던 2015년과 비교해도 올해 상반기 분양 물량은 40% 급감했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 대형사와 달리 중견 건설사들은 공공택지를 낙찰 받아 다수의 아파트를 공급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는 공동주택용지가 예년보다 적어졌다. 2014년과 2015년에는 182필지씩 민간에 매각했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각각 83필지, 87필지로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견사들이 확보해 놓았던 땅은 분양하면서 점점 줄어드는데 신규 공공택지도 감소해 아파트를 지을 땅이 없다”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지방 정비사업장에 등장하는 점도 중견사에는 악재다. 대형사들은 최근 일감 확보를 위해 지방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부산과 강원도에서, 대림산업은 충북, 제주도 등에서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대형 건설사는 대기업이란 이미지에 브랜드 선호도 높아 중견사가 정비사업 일감을 따내기 쉽지 않다.
아울러 수도권과 지방광역시 일부를 제외하면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 위험이 큰 것도 중견사의 분양 물량 감소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방에서 주로 분양하는 중견사는 시행과 시공을 겸하는 경우가 많은데, 미분양이 남아있는 지역에서 물량을 내놓았다가 분양이 참패하면 자칫 회사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주택건설협회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지역에 따라 양극화하고 있다”라며 “소위 ‘똘똘한 지역’이 아니면 분양 성공을 보장하지 못해 중견사가 분양 계획을 줄이면서 물량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3기 신도시 택지는 공급까지 시일이 걸리고 지방광역시 민간택지에서는 전매 제한도 강화된다”라며 “중견사의 분양이 점점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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