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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해도 갈 곳 없어"…항공업계 고용 불안 고조
유·무급휴가 길어지지만…"전직·이직 쉽지 않아"
2020-06-05 06:01:01 2020-06-05 06:01:01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 종사자들의 휴업이 길어지며 고용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항공사 직원들의 경우 특성상 전문직이 많아 전직도 어려워 더욱 막막한 상황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 항공사가 직원 순환 휴직에 돌입한 상황으로, 해외여행 수요 회복 속도가 더뎌 휴직 기간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국제선 회복에 속도가 나지 않자 이달까지였던 외국인 조종사 무급휴직을 다음 달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앞서 외국인 조종사들은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간 무급휴직에 들어갔었다. 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은 유급휴직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 조종사의 경우 계약직이라 정부 고용지원금 대상이 아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운항률이 여전히 낮아 복귀를 논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4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10월까지 6개월간 유급휴직을 하기로 했다. 휴업 대상은 1만9000명으로 전체 인원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코로나19로 승객 없는 인천국제공항. 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도 직원 휴업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한 달간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15일 이상 무급휴직을 연장했으며 승무원과 국내 공항 지점 근무자를 대상으로 2개월 단위 유급휴직 신청도 받았다. 경영난으로 지난해부터 시작한 휴직과 희망퇴직 바람이 코로나19를 만나 이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조종사 전원 무급휴직도 지속 중이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이 국제선 재개 소식을 알리긴 했지만 직원 휴업은 계속되고 있다. LCC들도 대부분 전체 인원이 절반씩 나눠서 교대로 쉬는 유급휴가를 하고 있다. 매각을 진행 중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전 노선 셧다운에 돌입하며 전 직원이 3개월가량 무급휴가 중이다.
 
이스타항공을 제외한 항공사 직원들은 정부 고용지원금을 통해 임금의 70%가량을 받을 수 있어 사정이 낫지만 항공사 하청업체(지상조업사)는 이마저도 없다.
 
하청업체도 고용지원금을 받을 수는 있지만 해고 금지 등 조건이 있어 사업주가 신청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상조업사 85곳 중 고용지원금을 신청한 곳은 32곳으로 전체의 37%에 불과했다. 항공사는 전체의 80%가 고용지원금을 신청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청소와 수화물 분류 작업 업무를 해온 아시아나KO 직원들이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앞에서 회사의 정리해고·무급휴직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임금의 최대 90%까지 지원하지만 나머지 10%는 사업주가 부담해야 하는 것도 신청률이 낮은 원인으로 분석된다. 10%를 채워 임금을 주기 위해 빚을 내느니 직원을 해고하거나 무급휴가를 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처럼 휴업이 길어지고 대량 해고와 폐업이 속출하고 있지만 항공업 특성상 전문 직종이 많아 전직이나 이직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항공사 정비사는 "유급휴가가 아닌 항공사에는 차라리 퇴사해 실업급여라도 받겠다는 직원도 있다"며 "하지만 모든 항공사가 힘들어 퇴사 후 재취업이 힘들다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LCC 관계자는 "항공업의 경우 조종사, 정비사 등 특수한 직종이 많아 종사자들의 전직이 쉽지 않다"며 "승무원들의 경우 서비스업으로 전직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또한 문이 좁다"고 말했다.
 
한편 항공사들은 향후 늘어날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국제선에 항공기를 띄우고는 있지만 곤두박질 친 탑승률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미국 시위, 미·중 갈등 등 대외 변수도 많아 근무 현장을 떠난 항공사 직원들의 복귀가 더욱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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