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첫 단추에 달린 전국민 고용보험
입력 : 2020-05-25 06:00:00 수정 : 2020-05-25 06:00:00
장강명 소설 <산 자들>의 단편 <음악의 가격> 주인공 지푸라기 개는 본업은 음악가이지만 다른 일을 더 많이 한다. 급전이 필요하면 악기나 장비를 팔기도 하고, 인터넷강의 사이트에서 성우로 일하기도 한다. 청소년 음악 학교에서 노래나 악기를 가르치는 수업을 할 때도 있다. 이는 소비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한 곡을 들을 때 뮤지션이 가져가는 돈이 1원도 안 되서다. 디지털 경제, 혁신 시대에 넘어가면서 예술노동의 제값 받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음악가 뿐 아니라 수많은 예술인들이 본업보다 부업을 더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소설 속 음악가인 지푸라기 개와 장강명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프리랜서들한테 사람들이 늘 하는 말이 있잖아요. 그거 네가 원해서 하는거 아니냐고.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편의점 나가서 일하면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다고. 반박하기가 어렵더라고요." 하지만 예술인들은 반박해도 된다. 프리랜서를 하기 위해 이들은 택배 들 일용직 노동도 함께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강명 작가의 경우 인기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부업으로 북콘서트 등의 강연도 자주한다. 강연 한 회 수입이 단편소설 고료와 비슷하거나 더 높다는 것이다.
 
사실 문화예술인은 오래전부터 연습 기간이나 작업준비 기간은 일하는 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행사 당일만 인정받는 초초단기 계약 형태로 돈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제값'을 받지 못하는 예술인들이 많고, 이로인해 부업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실제 올해 '코로나19'는 예술인들에게 특히 큰 타격을 줬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배우를 비롯한 공연계 종사자들은 일감이 끊겼고, 생계형 일자리에 나서도 그 또한 자리가 많지 않아서다.
 
다행히도 예술인을 적용대상으로 포함시킨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예기치 않은 재난으로 일거리를 잃을 때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출산전후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약 5만명 정도의 예술인이 혜택을 볼 것으로 봤다. 정부가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키로 하면서 '첫 발'을 뗀 계기면서도 고용보험이 제도 설계 이래 처음으로 임금근로자 외 근로형태를 포함하게 된 상징적인 의미가 됐다.
 
하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현장에서 예술인들의 근로일수를 어떻게 인정하고 적용할 것인지 등 세부적인 규정을 담은 시행령 내용 여부에 따라 실질적인 고용보험 사각지대 안으로 들어올 수 있어서다. 현장에 실제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도 나온다. 실업급여를 받으려면 실직 전 24개월 동안 고용보험 보험료를 내면서 일한 기간이 9개월 이상이어야 하는데 한 배역에 여러 명이 함께 캐스팅될 경우 충족요건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계의 특성을 고려해 만들고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도 업무일에 포함돼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하는 이유다.
 
코로나19사태는 모든 일터에서 노동하는 국민들에게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앞으로 특수고용직 등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 갈 길이 멀다. 이번에 첫발을 뗀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의 정착 여부가 앞으로 전국민 고용보험 가입 성공여부의 마로미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르면 올 11월부터 시행될 예술인의 사회안전망 테두리가 올바르게 정착되길 정부가 더 고심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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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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