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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정부의 쌍용차 지원이 어려운 까닭(?)
2020-05-22 06:00:00 2020-05-22 06:00:00
쌍용차에 대한 정부 지원 여부에 자동차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쌍용차가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위기 심화는 수만명의 고용 불안과 지역 경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정부도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러 논란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쌍용차에 대한 정부 지원을 비관적으로 보는 쪽에서 내세우는 근거는 원칙과 명분이다. 쌍용차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기금이 코로나19에 대응해 만들어졌으니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해석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부실이 쌓인 것이니 기금 지원 원칙 밖에 있다는 얘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코로나 영향과 별개로 구조적 어려움이 누적된 기업은 통상적인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활용해야 한다"며 같은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대주주의 고통 분담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한다. 마힌드라가 당초 2300억원을 신규 투입하겠다고 했다가 400억원만 지원하고 발을 빼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정부는 대주주의 고통 분담 원칙을 지원의 전제조건이자 원칙으로 강조해왔다.
 
마힌드라가 외국 자본이란 점도 정부 지원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정부 지원으로 쌍용차가 살아난다면 혈세로 외국 자본만 배를 불렸다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천억원의 돈이 들어가도 쌍용차의 경쟁력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정부 지원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틀린 얘기는 없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꼭 맞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쌍용차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내는 등 오랜 기간에 걸쳐 부진이 이어지면서 부실이 쌓인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것도 분명하다.
 
자동차는 코로나19 사태로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기 시작했고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경영환경이 크게 나빠진 대표적인 업종이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의 우선 지원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코로나19 이전부터 부실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던 곳이다.
 
마힌드라의 투입 자금 축소는 의도적으로 약속을 안 지켰다기보다 못 지키게 됐다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마힌드라는 인도가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데 지난달 인도 시장 전체 판매가 '제로'를 기록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다. 마힌드라의 고엔카 이사회 의장이 올해 1월 산업은행을 방문했을 당시만 해도 코로나19가 지금처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생산·판매가 충격을 받을지 예상하기 어려웠다. 대주주의 자금 지원은 줄었지만 쌍용차 노사는 더할 수 있는 게 없을 정도로 자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 자본에 휘둘린다는 비판과 쌍용차의 경쟁력 회복은 지금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그면 안 되고 쌍용차의 부활을 장담할 수 없지만 실패가 예정되지도 않았다.
 
공적자금을 쓰는데 신중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불이 났을 때 최대한 빨리 불길을 잡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시간을 지체하면 화재는 더욱 커지고 재난이 된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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