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터널…전세계 정유업계 '어닝쇼크'
국내 정유 4사 1분기 영업손실 4조대…글로벌 석유 메이저도 순익 반토막
2020-05-13 06:05:20 2020-05-13 06:05:2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유가 폭락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가 겹친 국내 정유사들이 예상대로 올 1분기 최악의 실적을 낸 가운데 해외 메이저 정유사들도 수익이 반 토막 난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 감산으로 유가 급락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며 길고 긴 터널을 지나는 모양새다.
 
1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손실 규모는 4조3775억원이다. 이는 금융권의 추정치 3조원을 넘어선 수치다. 지난해 4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3조1200억원이었는데 올 1분기 이를 다 까먹고 1조원의 손실을 더 낸 셈이다. 회사별 적자 규모는 SK이노베이션 1조7752억원, 에쓰오일 1조73억원, 현대오일뱅크 5632억원, GS칼텍스 1조318억원이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에 해가 지는 가운데 석유를 뽑아 올리는 '펌프잭' 위로 항공기 한 대가 착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는 '역대 최악'으로 불렸던 2014년 4분기 정유 4사 합산 손실 1조1500억원의 4배에 달한다. 당시에도 산유국들이 셰일가스 패권을 놓고 가격 전쟁을 벌이며 유가가 급락한 바 있다.
 
해외 거물 정유사들도 실적 폭격을 피하진 못했다.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라고 불리는 엑손모빌, 셰브론,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로열더치셸, 토탈 5대 정유사들의 올해 1분기 합산 순이익은 약 70억달러(한화 약 8조6100억원)로 지난해 1분기보다 45.2% 줄었다. 
 
특히 엑손모빌은 분기 기준으로 32년 만에 적자를 내 미국 에너지 업계에 충격을 줬다. 1분기 당기순손실은 6억1000만달러로, 엑손모빌은 충격적인 적자에 올해 계획했던 설비투자를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BP도 당기순손실이 43억650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 정유사들이 2분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해외 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석유 메이저들의 주요 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 발 경제활동 제한 조치가 3월 중순부터 풀리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버나드 루니 BP 최고경영자(CEO)는 "석유 사업이 수급 양면에서 사상 초유 규모의 쇼크를 겪고 있다"며 "생산량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2분기 경영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워스 셰브론 CEO 또한 "석유 수요가 갈수록 바닥을 향해 움직이는 느낌"이라며 "올해 2분기는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에 일각에선 2분기에 전 세계 정유사들이 각종 긴급 재정책을 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정유사들이 2분기에 유동성 부족을 이기지 못하고 배당금 축소, 구조조정, 자산 매각 등의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