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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에도 청약 시장 굳건
고분양가 논란 덕은지구 자이도 1순위 평균 17대 1…“로또 청약 기대감 영향”
2020-05-10 06:00:00 2020-05-10 06:00:00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국내 경기 둔화에 집값도 꺾이고 있지만 청약 시장은 여전히 건재하다. 경기도에서 분양하는 아파트가 서울보다 가격이 비싸도 두 자릿수 경쟁률로 청약을 마감했고 브랜드 파워가 약한 단지도 청약 흥행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집값이 떨어지는 중에도 로또청약 기대감이 아직 살아있는데다 아파트가 자산을 증식할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이 깔려 청약 열기가 식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건설·분양업계에 따르면 청약시장은 매매시장과 달리 호황을 누리고 있다. 최근 청약 접수를 진행한 고양 덕은지구의 ‘DMC리버포레자이’는 고분양가 논란에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 청약을 마감했다. 이 아파트는 일반분양 186가구 모집에 3206명이 청약 접수해 평균 17대 1의 경쟁률을 찍었다. 특히 전용 84㎡F는 9가구 모집에 393명이 몰려 경쟁률이 43대 1까지 치솟기도 했다.
 
동시에 분양한 ‘DMC리버파크자이’도 435가구 모집에 4958건의 청약 통장이 접수돼 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최고 경쟁률은 전용 84㎡B 주택형에서 나왔다. 74가구 모집에 1721명이 몰려 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단지 역시 DMC리버포레자이와 마찬가지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다. 
 
이들 두개 단지는 덕은지구 내에서 분양한 다른 아파트보다 분양가격이 높게 책정돼 일각에선 청약 경쟁이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DMC리버파크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583만원이고 DMC리버포레자이는 평균 2630만원이다. 지난해 말 덕은지구 A2블록에서 청약을 진행한 ‘중흥S클래스 파크시티’는 3.3㎡당 평균 1860만원이었다. 같은 덕은지구인데도 이달 분양한 자이 아파트 두 곳이 3.3㎡당 평균 분양가 기준 약 700만원 이상 비싼 것이다. 
 
이 같은 분양가는 서울 양천구에서 공급한 아파트보다도 높다. 지난달 분양한 ‘호반써밋 목동’은 3.3㎡당 평균 2448만원이었다. 이에 덕은지구 자이 아파트에 관심을 갖던 한 수요자는 “청약을 넣어볼까 했는데 분양가가 높게 나와 포기했다”라며 청약을 접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에도 덕은지구 내 자이 두개 단지는 분양에 성공한 것이다.
 
청약 경쟁이 치열한 건 이 곳만이 아니다. 사전 무순위청약에서 1만733명이 몰린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포레’는 1순위 청약 접수에서 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달 대구 중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동인센트럴’도 1순위 평균 11대 1의 경쟁률을 올렸다. 
 
브랜드 파워가 약한 아파트들도 청약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달 대전 동구에서 고운건설이 공급한 ‘가양동 고운하이플러스’는 일반분양 76가구 모집에 1006명이 몰려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라온건설의 ‘대구 월배 라온프라이빗 디엘’은 평균 11대 1, 서한의 ‘유성둔곡지구 서한이다음2단지’는 평균 30대 1까지 경쟁률이 치솟았다. 
 
서울 아파트의 주간매매가격지수가 6주째 떨어지고 부산과 대구 광주도 각각 9주, 10주, 6주 연속 집값이 하락하는 가운데에도 청약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이 같은 현상에 전문가들은 로또분양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분양가는 이보다 저렴해 일단 분양 받고 나면 억대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청약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박인호 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 통제에 따라 분양가는 비교적 저렴하게 나오는 중”이라며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도 시세차익 기대감 때문에 청약 경쟁이 치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약 경쟁은 한동안 뜨거울 전망이지만, 집값 하락이 계속 된다면 청약 시장도 한풀 꺾일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서 수출 중심의 국내 경제는 하방 압력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도 영향을 받아 집값이 계속 추락하면 시세차익이 적어져 청약 수요가 관망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
 
한 견본주택에서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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