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오늘의 재테크)중소형 건설사, 여전히 싸다
시총이 영업이익 2배도 안돼…정부 경기부양 토목사업 기대
정부규제·저유가 등 걸림돌…배당 받으며 느긋하게 기다릴까
2020-05-05 12:00:00 2020-05-06 07:54:13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증시가 단기간 내 폭락했던 것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반등한 덕분에 코스피의 절대저평가 국면은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이제부터는 속속 발표되고 있는 1분기 기업들의 실적에 따라 개별종목들의 주가 향방도 정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주가가 반등한 지금도 건설업종은 여전히 절대저평가란 수식어로 설명할 수 있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 분양가 상한제 시행, 종합부동산세 과세 강화 등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잔뜩 움츠러든 분위기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계속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반영된 탓이다. 최근에는 강남지역 아파트부터 시세가 꺾이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부동산 시장도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게다가 4월 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국제유가 폭락이 대형 건설사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에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4월 한 달 반등하던 건설주 주가는 상승을 멈추고 눈치 보기에 들어갔다. 
 
중소형사 해외플랜트 부담없어…지방 토목공사 ‘수혜’
 
이런 사정을 감안해도 현재 건설사들의 주가는 다른 업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상태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 중에는 아직도 절대저평가 영역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심지어 주가가 폭락했을 땐 주가수익비율(PER)이 1배 수준까지 추락한 종목도 출현했다. PER가 1배라는 건 해당 기업이 1년간 사업을 해서 남긴 순이익과 시가총액이 거의 같다는 의미다. 한 해 벌어 기업을 통째로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또 회사가 보유한 순현금보다 시총이 더 적은 상황도 발생했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폭락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중소형 건설사들은 유가 하락의 유탄을 맞은 해외 플랜트와 관련돼 있지도 않고, 정부의 견제가 심한 주택사업보다 토목사업 비중이 큰 곳들도 여럿 있다. 또 주택사업이라고 해도 리스크가 큰 자체 분양사업보다 덩치에 맞게 지역조합 재건축 위주로 수주해 부담을 줄이는 곳들도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전국 곳곳에서 도로와 철도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총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나온 건설 계획도 이들에겐 호재다. 정부는 미래를 위한 투자로 ‘디지털 뉴딜’ 정책 등을 발표했지만, 당장의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건설만한 것도 없다.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규제를 풀어줄 리는 없기에 결국 토목공사 쪽으로 에너지가 쏠릴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당시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업, 전라선(익산~여수) 고속철도사업,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 제2경인선 광역철도사업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특히 이중 지방에서 시행되는 도로·철도 건설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공사에는 지역 건설사가 일정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혀 해당 지역에 기반을 갖고 있는 건설사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동원개발과 동아지질은 부산, 화성산업과 서한은 대구, 계룡건설은 대전, 금호산업은 전남, 대원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사다. 
 
그렇다면 매수가 망설여지는 지금, 밸류에이션 부담이 적은 건설주를 매수하는 것도 괜찮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코스피가 1500선 아래로 추락했을 땐 ‘물 반 고기 반’이어서 아무 거나 골라도 다 올랐지만, 1900 부근에서는 실적 감소 가능성을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럴 때 저평가보다 좋은 안전마진은 없을 것이다. 
 
시총이 영업이익 2배 미만 수두룩
 
건설사들도 국내와 해외, 주택과 토목, 플랜트, 수도권과 지방 등 저마다 비중을 실은 분야가 달라 실적에도 온도차가 큰 편이다. 따라서 실적과 수주잔고 등은 개별 업체를 각각 확인하고 그에 비해 주가는 얼마나 저평가돼 있는지 여부도 각 사별로 확인해야 한다. 
 
일단 현재 주가와 시가총액, 지난해 결산 영업이익과 배당 현황은 다음의 <표>와 같다. 지난 3월의 저점 대비 주가가 저렇게 올랐는데도 이익에 비해 시총이 과해 보이는 종목이 드물다. 
 
 
대림산업의 경우 2019년 영업이익이 1조1301억원에 달했는데 시총은 아직도 3조원 미만이다. 지난 실적 대비 현재 주가로 구한 PER은 3배 수준의 저평가다.  더구나 올해 1분기 실적은 더 늘었다. 최근 잠정실적을 발표한 대형 건설사들 중에서 대림산업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2409억원에서 2902억원으로 20.5% 증가했다. 대림산업의 경우 석유화학 부문의 이익 감소를 건설 부문에서 메워주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대우건설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1분기 1015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올해는 1373억원으로 35.2%나 늘어 시장의 컨센서스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대우건설은 전년 동기 985억원이 1209억원으로 22.7% 증가했다. 전반적으로 주택공급이 둔화됐음에도 이익 성장세를 이어간 것이다.  
 
반면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웃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분기 205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19.4% 감소한 165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GS건설은 1914억원에서 1708억원으로 10.7% 감소했고, 태영건설도 18.1% 뒷걸음질했다. 
 
건설사별로 희비가 엇갈리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시장이 예상한 것에 부합한 결과였다. 이 같은 실적에 비하면 지금의 주가는 확실한 저평가다. 
 
그나마 대형 건설사는 어느 정도 평가를 받고 있으나 중소형 건설사 중에는 절대저평가 종목이 수두룩하다. 서희건설, 코오롱글로벌, 한신공영, 계룡건설, 한라는 현재 시총이 지난해 영업이익의 2배 미만에 그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중에서도 계룡건설의 경우 지난 3월19일 8900원으로 마감해 시총 794억원을 기록했는데, 이 기업의 지난해 순이익(지배주주)은 716억원이었다. 한신공영, 서희건설 등도 차이는 있지만 상황은 비슷하다.
 
특수건설, 이화공영처럼 이익은 크지 않으면서 때만 되면 세력주로 이름을 떨치는 종목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좋은 실적을 내는데도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들이 있다. 덩치가 너무 작아 기관들이 손을 대기도 쉽지 않은데도 피델리티, 크레디스위스 등 외국 투자기관과 머스트자산운용 등이 주요주주로 올라있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당분간 배당 받으며 기다리기
 
주가가 실적 등에 비해 저렴한 것은 좋은데 결국 문제는 지금보다 더 오를지 여부다. 이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 일단 잠정실적을 발표한 중소형 건설사들의 상황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한라는 영업이익이 38.3% 감소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고려개발도 45.9% 급감했고 이테크건설은 40.4% 줄었다. 삼호만 홀로 148.5% 급증한 69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가 외풍에 취약할 것이다. 
 
1분기에 감소했던 분양은 2분기 들어 늘어나겠지만 코로나19 변수에다 지난해 공격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펼쳤던 증권사들이 정부의 견제에 위축돼 있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당분간은 건설주를 유가 상승이나 주택 공급 증가를 기대하지 말고 배당 등 주주환원과 자본투자 중심으로 접근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하나금융투자 채상욱 연구원은 “앞으로 건설사는 양호한 재무구조와 현금 창출 역량을 통해 하반기 이후 다양한 자본투자 수주나 M&A, 주주환원책을 기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채 연구원의 말처럼 건설사들 중엔 배당을 꾸준히 하는 종목도 많고 현재 주가 대비 시가배당률이 5%를 넘는 종목들도 더러 섞여 있다. 주가가 더디게 움직여도 배당을 받으면 기다릴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정부가 벌이는 토목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살아 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4·15 총선 후 정부의 경기 부양 의지가 토목 관련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며 “관급 공사 비중이 높은 중소 건설사와 시멘트 업종이 하반기로 갈수록 긍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