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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이어 유럽까지…'몸집' 키우는 조선업
독일 잠수함 조선소 합병 추진…비용 줄여 경쟁력 높인다
2020-05-03 06:02:08 2020-05-03 06:02:08
[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조선 강국인 한··일이 인수 합병 등으로 조선업 재편에 나선 가운데 유럽도 몸집 키우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원가를 줄여 사업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유럽 조선사간 합병이 활발하게 추진되는 양상이다. 독일 잠수함 건조사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와 루센(Lurssen)조선소, 독일해군조선소(GNYK)가 합병을 위해 협상 중이다. 
 
Jorg Herwig GNYK CEO는 최근 성명서를 통해 "오직 강한 조선소만이 세계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고 독일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며 합병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 루센조선소도 "독일 조선소 통합이 국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 조선사간 합병은 경쟁력 향상뿐 만 아니라 근로자 고용유지를 위해서도 불가피한 선택인 것으로 보여진다. 티센크루프는 "코로나19에 의한 위기가 가중되면서 티센크루프가 위험에 빠졌다"며 "공장건설, 자동차 부품, 철강, 원자재 거래 사업 등의 실적이 저조하거나 손실을 입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사별로 TKMS 약 6000명, GNYK 1100명, 루센조선소 2700명 등이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조선소 전경. 사진/현대중공업
 
코로나에 조선사 기업결합심사 일정 지연
 
유럽의 크루즈 조선사도 합병을 추진 중이다. 이탈리아 크루즈 조선사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크루즈 조선사 아틀란틱조선은 현재 합병을 위한 기업결합심사를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결합 심사를 유예한 상태지만 관련업계는 올 상반기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중일은 이미 한발 앞서 조선업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한국조선해양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이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중국, 일본, 싱가포르, EU, 카자흐스탄 등 총 6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카자흐스탄만 기업결합 승인을 내줬다. 당초 한국조선해양은 EU의 기업결합심사 시기를 7월로 예상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심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결과 발표는 좀더 늦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 사이 중국은 국영 조선그룹간 합병을 마무리한 상태다. 지난해 중국 국영 조선그룹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업집단공사(CSIC)가 합병해 중국조선그룹(CSSC)이 출범했다. 두 조선그룹의 수주 점유율은 2018년 기준 19%에 달한다.
 
특히 이들은 벌크선, 컨테이너선, 탱커, 군함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최근엔 중국조선그룹의 자회사인 후동중화조선이 한국을 제치고 카타르와 LNG(액화천연가스)선 슬롯(작업장) 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조선업계에 충격을 안겨 주기도 했다. 또 중국 정부 지원을 받은 중국 조선사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우고 있어 앞으로 국내 조선업계엔 상당한 위협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 JMU 조선소 전경. 사진/JMU 홈페이지 갈무리
 
일본 15개 조선소 통합 논의중   
 
일본도 몸집을 키우고 있다. 한국, 중국보단 늦었지만 조선업 재편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일본 1, 2위 조선사인 이마바리와 JMU는 최근 업무제휴와 합작조선소 설립을 골자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합작조선소 설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조선업 재편에 나섰다. 국토교토성은 일본 15개 주요 조선소를 통합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직은 논의단계지만 먼저 개발, 설계, 수주 등의 업무를 통합하고 최종적으로는 '전 일본 조선소'를 합병하겠다는 전략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막론하고 조선사간 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것은 치열한 수주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다. 올해 1분기만 봐도 전 세계 발주량이 전년 같은 기간대비 71% 급감했다.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은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2020년 발주량을 713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물동량이 급감하자 올해 연간 발주량을 당초 예상보다 45% 줄어든 3910만CGT로 수정했다. 
 
이에 따라 조선사들은 몸집을 키워 사업경쟁력을 높여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조선업은 이미 하강 국면에 들어갔다. 당장은 4~5년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지만 업황이 어렵다 보니 이 물량을 계속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유럽 조선사도 수익성 하락 문제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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