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지난주 사상 최초 마이너스 유가를 기록한 후 사흘 연속 'V자 반등'을 그리던 유가가 다시 주춤하고 있다. 일각에선 유가가 다시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육지에 내리지 못한 채 바다에 떠 있는 원유가 2억배럴에 달하기 때문이다.
27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4.6%(4.16달러) 내린 12.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11달러 선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브렌트유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76% 떨어져 19.99달러로 장을 마치며 20달러 선을 내줬다.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석유 굴착기와 펌프 잭(pump jack)의 모습. 사진/뉴시스
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적 셧다운 조치가 서서히 완화되며 국제 유가가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란 예상에 미국과 유럽 증시는 일제히 올랐지만, 반등이 사흘을 끝으로 다시 고꾸라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육지에 저장고는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데, 아직도 갈 곳 없는 원유가 있다는 점이다. 현재 전 세계 바다 위 VLCC(초대형원유운반선)에 실린 원유는 총 2억배럴로 추정된다. 이번 달 셋째 주 추정치인 1억4100만배럴에서 증가한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VLCC의 임대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1년 전 하루 2만9000달러에서 현재 10만달러로 올랐다.
CNBC는 전날 보도에서 "유가가 마이너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이유엔 초대형 유조선이 있다"며 "당장 아무 필요도 없는 4000만배럴 이상의 원유가 유조선을 통해 공급될 처지"라고 전했다. 만약 육지의 모든 저장소가 차게 된다면, 결국 바다 위에 떠 있는 원유는 마이너스 가치를 보일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브렌트유도 마이너스 가격을 면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런던 ICE 선물거래소 측은 브렌트유가 바닥을 치지 않기 위해선 원유 수요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며, 회복이 안 될 시 원유 저장고는 포화상태에 이르고 WTI를 마이너스로 몰아넣은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는 1일부터 산유국들의 하루 970만 배럴 감산 합의가 시행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감소 폭에는 못 미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량을 하루 2000만~3000만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량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영향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에 국제유가의 가격 안정을 위해선 공급 측면보다 수요가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캘리포니아주 인근 해역은 투묘한 유조선들로 가득 차있는 상태"라며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한다면 미국의 수요 회복이 (유가 안정의) 중요한 열쇠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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