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소음이나 승차감이 떨어질 것 같아서 계속 세단만 탔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차에 실어야 할 짐이 많아지면서 SUV로 바꿨습니다. 걱정했던 소음 문제도 없고 승차감도 세단하고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시야는 더 좋고요. 가족들도 공간이 넓어졌다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더 일찍 샀어야 하나란 생각도 합니다." 올해 초 차를 구매한 직장인 강모(39)씨의 말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대세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수년간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두 대에 한대를 차지할 정도로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고 최근에는 판매량이 세단을 웃도는 상황이다.
27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가 내수 시장에서 판매한 SUV는 총 6만2211대로 전체 승용차 판매의 48%를 차지했다. 밴 형태의 다목적차량(CDV)을 포함하면 판매 대수는 6만5390대, 비중은 50.5%로 늘어난다. 같은 기간 세단 판매량 6만1156대보다 4200대가량 많다.
제네시스 GV80. 사진/현대차
2010년대 초반만 해도 20%대 수준이던 SUV 비중(CDV 포함)은 2013년부터 확대 추세를 보이면서 2013년 30%를 돌파했고 2015년 40%대에 올라섰다. 이후 40%대 초반을 유지하다가 2018~2019년 46%대를 기록했다.
SUV 판매가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세단에 비해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던 승차감과 연비 등이 개선되면서 넉넉한 적재공간과 넓은 시야 등의 장점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캠핑과 레저 인구가 늘어난 것도 SUV 구매가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자동차 업체들이 소비 욕구를 자극할만한 신차를 쏟아내면서 선택지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SUV 성장 배경이다.
르노삼성이 XM3는 공식판매 첫 달인 지난달에 5581대가 판매됐고 이달에도 4400대 이상이 출고되면서 출시 49일만에 1만대를 돌파했다. 르노삼성 자동차로는 최단 기록이다. 누적 계약은 2만대를 넘었다.
XM3는 사전 계약만 5500대를 기록하는 등 출시 전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소형 SUV이지만 준중형급 공간을 갖춘 데다 국내 유일의 쿠페형 디자인, 1700만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 등이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지난달 3200대 가까이 팔리면서 한국지엠의 내수 판매를 이끌었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중형 세단 말리부를 통해 성능이 입증된 E-터보 엔진 등을 앞세워 여성과 20~30대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소형 SUV 시장에서 독주하던 기아차 셀토스도 출시 이후 평균치인 5100대보다 많은 6000여대를 팔았다. XM3와 트레일블레이저가 등장하면서 소형 SUV 시장이 확대된 것이다. 르노삼성의 조사를 보면 XM3 구매 고객의 26.3%는 기존에 세단에서 갈아탔다.
올해 출시된 제네시스의 첫 SUV GV80도 목표 대수인 2만4000대보다 많은 3만여대가 계약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양식의 변화 등 SUV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동력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소형부터 럭셔리 모델까지 라인업도 모두 갖춰졌다"며 "신차 출시에 따라 비중이 일시적으로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SUV의 비중 확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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