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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 후에는 줄도산"…청와대로 향한 항공업계 노조
조종사·지상조업사 노조 공동 기자회견
2020-04-14 13:22:27 2020-04-14 13:22:27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현재 항공업계는 산소호흡기를 겨우 달고 있는 수준입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앞으로 2개월만 더 진행하면 항공사는 물론 지상조업사와 협력업체까지 줄폐업할 것입니다."
 
조상훈 한국공항 노동위원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소재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전국연합 노동조합 연맹(지상조업사)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내 6개 국적사 조종사 노조와 4개 지상조업사가 주최한 이날 기자회견은 코로나19로 촉발된 항공산업 위기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기자회견 후 이들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공개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했다.
 
조 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지상조업사들이 인력의 최대 90%를 권고사직하는 상황으로 그 인원은 2000여명에 달한다"며 "상황이 그나마 나은 1차 지상조업사는 무급휴직이나 유급휴직을 하고 있지만 이 회사들도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고 토로했다.
 
지상조업사는 항공기 청소, 기내식 지원, 수하물 운반 등의 업무를 하는 업체로 항공사가 운영하는 업체와 협력업체들이 함께 업무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무급휴가나 권고사직을 강요받는 노동자가 늘자 최근 관광 관련 업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고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지상조업사는 관광운수업으로 분류된 항공사와 달리 기타 업종으로 분류돼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전국연합 노동조합 연맹이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지영 기자
 
조 위원장은 이처럼 벼랑 끝에 몰린 회사와 직원들을 구하기 위해 지상조업사를 특별고용유지 업종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웃소싱 업체 특성상 법률상 고용유지지원금 지원이 어렵다면 전국 공항을 특별고용재난 지역으로 선포해 거기에 맞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조종사 노조도 위기감을 드러냈다. 최현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공동위원장은 "항공업계가 도미노식 도산 위기에 빠졌다"며 "자구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부 지원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정책 결정권자의 복지부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항공업은 국가 기간 산업이며, 국민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명목으로 필수 사업장으로 지정해놓고는 폐업을 방관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일단 항공업계를 살린 후 책임을 물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도 참여했다. 이들은 오너의 경영 실패를 지적하며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을 위기인 직원들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한산한 인천국제공항. 사진/뉴시스
 
공정배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 부위원장은  "이스타항공의 실질적인 오너는 총선에 출마하고, 오너 가족은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며, 정부는 대출을 막고 구조조정을 부추겼다"며 "정부가 나서서 자구 노력을 하라는 것은 결국 항공사로 하여금 구조조정을 하라는 압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정부가 조건 없이 모든 항공사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항공업계 노조는 항공산업 어려움 극복을 위해 정부의 대대적인 금융 지원을 촉구했다. 국책은행, 시중은행, 세금 감면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항공산업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조종사 노조는 휴업 장기화에 따라 조종사 자격 유지 조건도 일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조종사는 비행 경험과 훈련에 따라 자격을 유지할 수 있는데 휴업이 오는 5월을 넘길 경우 상당수 조종사들의 자격이 박탈돼 향후 항공사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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