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지속적인 유가 하락으로 정부가 비축유를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유업계는 일단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다만 비축유 구매만으로는 근본적으로 손실을 회복할 수 없어 추가적인 유동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비축유는 정부가 정상적인 수입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정유사로부터 사들여 보관하는 원유·경유를 말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 비축유 구매 결정에 따라 한국석유공사는 올해 원유 49만배럴, 경유 15만배럴 등 총 64만배럴의 비축유를 구매할 예정이다. 이처럼 비축유 구매 규모를 키운 것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협의 실패와 코로나19의 여파로 유지되는 저유가 기조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이에 정유업계는 일단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산유국들의 감산 협의 실패로 원유 제품 가격이 떨어진 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수요까지 줄었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에 계획대로 비축유를 팔게 된다면 제일 급한 불은 끄는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더 적극적인 지원책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정유업계 대표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손실이 시장 추정치인 2조원을 넘어 3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항공사도 타격을 크게 받아 주 고객을 잃은 정유업계도 1분기 실적이 심각하게 나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가 2분기까지도 이어질 것을 생각하면 비축유 구매만으로 이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정유사들은 공장 가동률을 조정하고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위기 대처에 나서고 있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정유 공장 가동률을 100%에서 85%로 낮췄다. 15~20%p의 공장 가동률 하향 조정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GS칼텍스도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핵심 정유 공정인 원유증류장치(CDU) 정기보수를 예정일보다 앞당겨 이달 시행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제2공장 원유정제처리시설 및 중질유분해시설 가동을 8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중단하고,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 접수에 나선 상황이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