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디지·중식이 ‘음주남녀’, 힙합과 인디의 기묘한 동거
“총선 출마 대신 새 앨범 냈습니다”
입력 : 2020-04-03 00:00:00 수정 : 2020-04-03 00:00:00
[뉴스토마토 유지훈 기자] 한국 힙합에 있어 김디지는 유일무이한 캐릭터다. 한국 래퍼 1세대들이 이름을 날렸던 마스터 플랜 무대 위 퍼포먼스, 언더그라운드와 메인스트림의 경계에서 활약했던 무브먼트 크루, 필터링 없는 사회비판, 직설적 디스, 외설적인 가사, 한국어 랩이 가미된 재즈힙합에는 모두 김디지라는 이름이 함께했다. 누군가는 날것의 음악을 만드는 날것의 사람이라고 치부할지라도, 그의 모든 행보에는 형용하기 어려운 통쾌함을 동반했다.
 
올해 2020년 데뷔 22주년을 맞이한 김디지지만 그는 여전히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소주요정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애주가의 삶을 이야기하고, 전국의 평양냉면을 리뷰하며,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를 뱉는 자신을 꼰대라 지칭한다. “김디지를 국회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한 차례 화제를 모았던 그는 2020년에도 21대 총선에 출마한다며 영상을 업로드 했다. 물론 진짜 출마가 아닌, 총선을 앞둔 41일 만우절을 맞아 준비한 이색적인 투표 독려 캠페인이었다.
 
김디지는 여전히 악동이지만, 음악은 Mnet ‘슈퍼스타K7’ 출신 중식이를 만나 정제됐다. 지난해 12월 발매한 싱글 ‘XXII : INTERMISSION(이하 인터미션’)’, 지난 1일 발매된 미니앨범 음주남녀(EAT, SOJU, MAN, WOMAN)’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인터미션의 타이틀곡 너는 천사다 난 아닌데는 스스로가 비참하게 느껴질 정도의 진심 어린 사랑 고백을, ‘음주남녀의 타이틀곡 너라면은 첫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과정을 라면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노래다. 이 모든 노래 안에 날것김디지는 없다. 그저 보컬 중식이와 노래를 주고 받으며 음악을 만끽하는 데뷔 22년차 뮤지션이 있을 뿐이다.
 
 
김디지, 중식이.
 
 
22주년 기념 앨범이자 중식이와 함께한 음주남녀가 발매됐다.
김디지: 원래는 개인 앨범을 낼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데뷔 22주년이 됐으니 좀 새로운 걸 하고 싶었어요. 인디 뮤지션들과 협업한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 앨범은 완전히 중식이랑 함께 했어요. 다섯 곡 작업을 끝내서 최근에 발매했고, 작년에 냈던 인터미션은 보너스 트랙 즈음으로 봐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중식이: 이게 2020년에 발매하는 노래긴 한데, 2014? 2015? 즈음에 녹음했던 것들이에요. 디지 형이 중식 씨 할 거 있어하면서 곡 보내고 저는 녹음하고(웃음).
 
인디 뮤지션과 힙합 1세대의 만남은 쉽게 생각해볼 수 없다. 단순 피쳐링도 아니고 완전한 협업이니까. 첫 만남부터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중식이: 신대철 형이 나오라고 해서 나갔는데, 파티 장소였어요. 대철이 형은 바쁘니까 여기저기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저는 대선배들이 계시니까 구석에 앉아있었어요. 그때 누가 제 옆에 앉아서 말을 붙이는 거에요. 알고 보니 그게 디지 형이었어요. 당시에는 팬이라는 말도 못하고 있다가 음악적으로 풀어야 할 게 있어서 연락하게 됐고 술자리를 가지면서 엄청 친해지게 됐어요.
김디지: 저는 중식이가 일부러 기인처럼 행동하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좀 겪다 보니 진짜 그냥 기인이더라고요(웃음). 육중완, 데프콘 사이에 그대로 앉아 있어도 잘 어울릴 사람이에요. 저 역시 특이한 편이니까 저랑 캐릭터가 겹치면 좀 경계하는 데 이 친구는 예사롭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어요. 음악도 독특하고요. 어느 날 와이프가 슈퍼스타K’를 보다가 당신이 좋아할만한 밴드가 나왔어하는 거에요. 그래서 티비를 봤더니 그게 바로 중식이었어요(웃음).
 
인간적으로 좋다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말은 다른 의미일 것 같다. 그럼에도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김디지: ‘너는 천사다 난 아닌데를 중식이랑 하게 된다면 다른 노래들도 중식이랑 해야겠다 하고 있었어요. 힙합 음악이 장르적으로 머무를 필요는 없어요. 물론 제 인생은 힙합에 머무르고 있지만요(웃음). 그냥 중식이와 함께 앨범을 내게 된 계기는, 제가 중식이의 노래를 좋아해서에요. 특이한 친구에요. 이번 앨범이 중식이가 냈던 노래들 중에 가장 대중적인 메시지일거에요. 그리고 중식이의 목소리가 참 좋아요. 어떤 노래를 불러도 잘 어울릴 목소리니까. 제 노래에 넣고 싶었어요.”
중식이: 형은 참 구설이 많은 사람이에요(웃음). 불평 불만이 있으면 참지 않는 이미지였고, 그 이미지에 있어서는 정점을 찍었죠. 그게 뭔가 얄미웠어요. 저는 아직 불평불만 할 게 많은데 본인은 다 하고 거기서 내려왔으니까요. 그냥 형 노래를 제가 부른다는 사실에 대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을 거 같았어요. 형이 정말 잘 준비해줬고 저는 그걸 잘 소화했어요. 작업하다 어느 순간 디지 형이 잘 차려 놓은 밥상을 내가 이렇게 편하게 먹어도 될까라고 생각하게 될 정도였어요.
 
 
김디지, 중식이.
 
 
앨범 제목 음주남녀가 참 특이하다. 어떻게 구상하고, 어떤 마음으로 노래했나.
김디지: 이별에 대해 라면으로 풀어낸 어떤 글을 봤어요. 제가 유부남인데도 어떤 마음의 동요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이렇게 음식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엮어서 이야기하면 좋을 것 같았어요. ‘음식남녀라는 영화가 있어서, 그걸 차용해 음주남녀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모든 훅은은 중식이가 부르게 하기로 결심하고 열심히 작업한 끝에 내게 된 앨범이에요.
중식이: ‘사람은 기다리지 않는다너에게멜로디가 아직도 맴돌아요. 그래서인지 감정을 잡기도, 녹음을 하기도 참 쉬웠어요.
 
중식이는 힙합 장르 첫 도전이다.
중식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요. 예전의 저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참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 참 재미 있는 장르였어요. 노래보다 더 많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원초적이니까요. 감정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다 느껴져요. 작업을 하면서 그 메시지들이 아프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제 명치를 찌르는듯한 느낌이요.
 
 ‘너는 천사다 난 아닌데를 원곡자 김디지가 리메이크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김디지: 저는 이 노래는 만들고 딱 한번 불러봤어요. 몇 년 전에 발매된 것과 같은 편곡으로 딱 한번이요. 그런데 사람들이 다행히 원곡자가 저라는 걸 아시더라고요. 누가 봤으면 마미손 인기에 편승한다고 했을 거에요. 마미손이 불러줘서 참 고마워요. 한편으로는 늙은이가 된 기분이기도 해요. 사실 이 노래는 저 혼자 들으려고 만든 노래에요. 그 동안 부르지 않았으니까, 이제는 좀 사람들에게 직접 들려드리려고 해요.
중식이: 저는 스스로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디지 형은 저를 보컬로서 인정해줬으니까 이 노래를 부르라고 하셨던 거 같아요. 디지형이 중식이 니 목소리 좀 쓰자했을 때 참 기분이 좋았어요. 녹음하면서 했던 디렉도 기억에 남아요. 제가 뭔가 꾸미려고 하니까 그냥 니 목소리로 불러. 너 하던 대로라고 하시더라고요.
 
작업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중식이: ‘너는 천사다 난 아닌데녹음 끝내고 들어보는데 뭔가 튠이 된 거 같은 거에요. 저도, 디지 형도 안 했거든요. 너무 잘하게 나와서~ 나 진짜 노래 잘하는구나했는데 알고 보니 엔지니어가 만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조금 손본 음색이지만 그래도 노래의 톤에 잘 맞게 나온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김디지: 튠 봤다고 하는데, 사실 중식이가 애초에 노래를 잘 해줬기 때문에 가능한 거에요.
 
 
김디지, 중식이.
 
 
41일 만우절에 출마 동영상을 업로드 했었다. 이미 출마했던 경력이 있던 만큼 많이들 놀랐을 것 같다.
김디지: 다들 아시다시피 출마하겠다고 영상 올렸던 이유는 사람들이 투표를 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어요. 물론 깊게 들어가면 할 이야기가 많아요.
 
짧은 기간에 벌써 앨범이 두 장이나 나왔다. 계획중인 활동이 있나.
김디지: 라이브 위주의 방송을 할 예정이에요. 이미 이야기중인 것들이 몇 개 있어요. 중식이가 있으니까 사운드적으로 좀 더 좋게 들려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저희가 참 웃긴 캐릭터긴 한데 이번에는 뭔가 튀려고 하기보다는 음악 자체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중식이: 아무리 생각해도 활동할 때 MR을 트는 건 아닌 거 같아서 정말 맹연습 중이에요. 이번 활동이 잘 돼서 노후 대책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앨범 활동 목표가 있다면
김디지: 저는 이 장르의 방탄소년단이 되고 싶어요. 와이프가 아미라서 방탄소년단을 정말 좋아하거든요(웃음). 그러니 방탄소년단이 목표일 수밖에 없습니다.
중식이: 밴드 친구들한테 인터뷰 끝나고 전화해서 우리 열심히 해야겠다고 말해야겠어요. 형 목표가 방탄소년단이라고 하시니까요.
 
유지훈 기자 free_fro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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