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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복합금융그룹, 코로나에 부실 가능성"
삼성·현대차·한화 등…여행업·보험업 등 코로나 취약업종 모니터링 강화
2020-03-26 14:41:30 2020-04-05 22:14:51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 위험이 커진 가운데 비금융사·금융사를 겸업하는 복합금융그룹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복합금융그룹 내 계열사는 주로 코로나사태에 직격탄을 맞는 항공·호텔·보험업을 영위 중이다. 금융지주보다 더 큰 잠재적 리스크를 가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은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이들에 대한 부실 가능성을 열어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6일 "제조업·관광업과 금융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는 복합금융그룹사는 코로나 영향에 따라 동반부실 가능성이 있다"며 "대주주란 연결고리를 통해 리스크가 상호간에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가능성을 두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특징 중 하나는 실물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이러한 리스크가 금융시스템으로 전이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로나 사태로 소비가 위축되고, 중소기업 공장이 중단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실물경제의 부실이 점차 금융시장으로 확장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시장변동성 확대로 국내기업 실적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주가가 하락하고 회사채의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는 다시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을 마르게 한다. 실물과 금융 리스크가 상호작용하면서 잠재적 리스크가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이때문에 비금융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함께 보유하고 있는 복함금융그룹의 리스크도 우려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의 금융그룹 통합감독 대상에 속하는 복합금융그룹은 삼성·현대차·한화·미래에셋·교보·DB 등 6곳이다. 이들 금융그룹은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당장 위험성이 큰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이 더 커질수록 이들의 부담도 상당히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는 항공·호텔·보험 등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는 업종이 포함돼 있어서다. 최근 해당 금융그룹들은 코로나 사태에 영향을 받는 조짐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9월 중국안방보험으로부터 58억달러(약 7조원)에 미국 최고급 호텔 15개를 인수하는 거래를 추진했다. 하지만 현재는 코로나19 여파로 인수가 불투명하다. 전 세계적으로 여행업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에 시장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미래에셋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마찬가지다. 현재 글로벌 하늘길이 막힌 탓에 항공업계가 고사위기에 처했다.
 
보험업을 위주로 하는 금융그룹의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한화손보, 교보생명, DB손보 등은 최근 들어 전망이 어둡다. 현재 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대면영업이 어려워 신규 고객 유치에 비상이 걸렸다. 또 금리인하 기조에 따라 자산운용 수익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 이외에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코로나 영향으로 방산부문, 항공 엔진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은 회사채 수요 부진으로 자금조달에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자동차·삼성전자도 최근 브라질 공장을 '셧다운'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복합금융그룹은 비금융계열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지주보다 코로나 영향을 더 받을 수 있다"며 "현재 금융계열사 또는 비금융계열사 둘중 한곳이 부실화됐을 때 리스크가 전이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외환위기·금융위기 때와 비교했을 때, 리스크가 전이가 그렇게 쉽게 되진 않을 거라는 견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위기 당시 동양증권이 동양그룹의 계열사 빚을 막기 위해 투기등급 CP를 매입해 문제가 됐다"며 "현재는 대주주 신용공여 한도를 제한하는 장치가 마련됐고,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도 진행돼 상대적으로 낫다"고 설명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은성수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감원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지원 간담회 및 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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