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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n번방 방지법' 나선 국회…처벌 강화 촉구
민주 '재발 금지 3법 발의'…야권 처벌 동참 뒷북 고심
정치권 '네 탓' 공방, 총선 등으로 입법 당장 어려울 듯
2020-03-24 14:17:31 2020-03-24 14:17:31
[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청소년 성 착취물이 불법으로 제작되고 유포된 이른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뒤늦게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열을 올리고 있다. n번방 사건이 국민적 이슈로 떠오르자 뒤늦게 개정안 마련에 나섰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본회의에서 'n번방 방지법'으로 불린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디지털 성범죄를 근본적으로 뿌리 뽑지 못하는 졸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여야가 후속 대책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사건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밝혔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회의에서 "n번방 범죄자에게 국민 심판의 철퇴를 내려야 한다"며 "대통령이 지시한 공직자 회원 공개는 반드시 필요하다. 범죄에 가담한 모든 사람의 신원 공개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가장 혹독한 법의 처벌과 광범위한 신상 공개로 음란 범죄에 대해 과감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국회에서도 '재발 금지 3법'이 20대 국회가 종료되는 5월 이전 통과되도록 해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 376회국회(임시회) 제 8차 본회의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앞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새로운 방식의 성 착취와 마주하게 됐다. 변화하는 범죄에 맞춰 사법 체계도 반드시 변화해야 한다"며 'n번방 사건 재발 금지 3법' 발의를 선언했다.
 
이 법은 성적 촬영물을 이용해 협박하는 행위를 형법상 특수 협박죄로 처벌, 불법 촬영물 다운로드 행위 처벌 및 촬영·반포·영리적 이용 등에 관한 처벌 대폭 강화, 불법 촬영물에 조치 취하지 않은 정보 통신 서비스 제공자 처벌 등 내용이 담겼다.
 
야당도 이에 적극 공감하며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설 것을 약속했다. 다만 미래통합당은 용의자 엄벌을 요구하면서도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 시행한 공개 소환 폐지에 따라 국민이 청원한 n번방 용의자 포토 라인 세우기가 불가능하다며 정부와 여당을 향해 각을 세웠다.
 
통합당 선대위 정원석 상근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와 포토 라인 세우기 요청이 200만명을 돌파했지만, 이는 힘들어질 것"이라며 "'포토 라인 공개 금지' 수혜자 제 1호가 조국 전 장관이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민생당 최도자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생당은 공급자 뿐 아니라 수요자까지 처벌하는 등 성 착취 범죄의 처벌 강화 및 방지 대책을 이번 총선의 공약으로 추진하고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성 착취물 생산자와 유포자는 물론 이용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국제 공조 수사 등을 포함한 'n번방 방지 및 처벌법' 제정을 위한 원 포인트 임시 국회를 소집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는 진보, 보수, 여야 가릴 것 없이 합심해 21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처리 할 것을 제안한다"며 "관련 법 발의나 현행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불법 촬영물의 제작·유포자의 강력 처벌은 물론 소비자까지 벌금형으로 처벌하겠다"며 "아동 청소년 성범죄 근절을 위한 함정 수사·유도 수사도 가능한 '한국형 스위티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총선 공약으로 디지털 성범죄 처벌 관련 과제를 내세운 바 있다. 공통적으로 성 착취 영상물에 관한 처벌을 확대, 강화하고 변형 카메라에 대한 관리를 시행하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성 착취 영상물의 구매자, 소지자에 대한 처벌 강화, 사진 영상 합성 피해(딥 페이크) 처벌 규정 마련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통합당은 촬영 동의 여부와 상관 없이 영상을 이용한 협박을 성폭력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고 협박 피해자도 제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뒷북 대책인 '처벌 강화'와 'n번방 가해자 포토 라인' 공방에 치중하고 있는 데다, 얼마 남지 않은 4·15 총선으로 인해 당장 관련 입법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여기에 지난해 n번방 처벌과 관련한 국회와 정부의 무관심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관련 법안은 여전히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처벌에 필요한 내용도 빠져 있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있는데 법안들이 이번 20대 국회에서 통과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며 "(법안들도) 법 적용 기준이나, 구체적 내용 등이 빠져 있어 보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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