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산업은행이 아틀라스인가
입력 : 2020-03-25 06:00:00 수정 : 2020-03-25 10:08:17
지난 20일 금융위원회가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KTB투자증권, 부국증권 등 6개 증권사와 기업어음(CP) 점검 회의를 열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단기자금 조달금리가 상승하는 등 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회사채도 고전하고 있다. 회사채 매입수요가 부족해 발행이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 17일에는 포스코그룹의 석탄화력발전회사인 포스파워가 500억원어치의 3년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매수신청은 400억원에 불과했다.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 기업인데도 이런 수모를 겪었다. 하나은행까지 지난 13일 사전 수요 예측에서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다소 충격적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외 경제여건이 급속하게 악화하면서 국내 기업 곳곳에 숨어있던 악재가 표면화하고 있다. 악재가 크고 깊을 경우 투자자들이 외면하게 된다. 회사채나 기업어음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형태만 다를 뿐 기본적인 본질은 동일하다.
 
따라서 지금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 저소득 취약계층의 민생을 돌보는 것과 함께 신용경색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를 소홀히 하다가는 더 큰 위기에 빠져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같은 것을 소화해서 자금을 돌아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일 열린 금융위원회와 증권사 간담회에서도 업계쪽에서 이런 방안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미국처럼 기업어음을 매입할 머니마켓뮤추얼펀드유동성기구(MMLF)라는 펀드를 만들어 단기자금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17일 기업어음 매입기구(CPFF)를 설치해 민간기업의 기업어음(CP)을 사들이겠다고 발표했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일어났을 때 사용했던 방법을 다시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연준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 가까운 수준으로 낮췄다. 그렇지만 금리를 낮춘다고 신용경색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연준이 직접 기업어음을 인수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자금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다소 과격한 수단이지만, 달리 더 좋은 방안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한국은 다소 굼뜨다. 한국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연 0.75%로 낮췄다. 사상 처음으로 0%대로 낮아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효과를 내지 못했다. 주가와 환율은 심각하게 동요하고 있다. 시장이 요구하는 안정조치는 빠졌기 때문이다.
 
사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이런 안정조치가 금리인하보다 더 중요하고 급하다. 한은도 국고채 단순매입 등 나름대로 하기는 했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이 여전히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는 19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비상경제회의를 열고 50조원 규모의 경제대책을 내놓았다. 1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와 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고 증시안정기금 조성 방침도 제시했다. 그럼에도 이날 주가와 환율은 심각한 동요를 면치 못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채권안정기금의 규모가 부족한 것도 한몫을 하는 듯하다. 기업어음의 경우 그나마 기댈 언덕도 없는 형편이다.
 
그런 가운데 산업은행의 어깨만 무거워지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채권안정기금이 조성될 경우 산업은행이 상당부분을 분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6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담보부증권(P_CBO) 프로그램도 산업은행을 필요로 한다. 산업은행은 또한 회사채 신속인수제도를 다시 도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마디로 지금 산업은행이 없으면 일이 진행되지 않는 듯하다. 금융안정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역할을 거의 홀로 떠맡다시피 한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어깨로 하늘을 홀로 떠받치고 있는 아틀라스처럼 말이다.
 
지금 한국을 비롯해 전세계를 뒤덮은 코로나19 위기는 전방위적이다. 따라서 산업은행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산업은행이 국책은행이기에 필요한 역할은 맡아야겠지만, 부담을 모두 떠맡겨서는 안 된다.
 
자영업자와 서민의 민생고는 정부가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지만 신용경색 해소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된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지금 점잔만 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차기태 언론인 (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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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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