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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 ·중단·감소·하락'…산업계 '사면초가'
미국·유럽 코로나19 확산세로 수출·생산 타격 우려 확대
2020-03-22 06:03:00 2020-03-22 06:03:00
[뉴스토마토 산업1부]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산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장이 문을 닫는 등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있을 뿐 아니라 환율과 국제유가까지 출렁이면서 실적에 악영향을 받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코로나19 감염이 진정세에 들어가도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출 비중이 큰 우리 산업의 특성상 글로벌 수요 위축은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나라의 일평균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지난달 12%가량 줄었고 이달 1~10일에도 2.5% 축소됐다. 최근 중국으로의 수출이 회복세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소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공장과 매장이 문을 닫는 등 국내 기업이 타격을 입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때 한 전자제품 소매점에서 소비자가 TV를 구매하는 모습.사진/삼성전자
 
코로나19 감염이 진정되더라도 올해 세계 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악재다. 영국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인 1%를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전까지는 2.3%를 예상했다. 국제금융협회도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1%로 낮췄고 일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 역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생산·판매 차질은 이미 가시화하는 모습이다. 현대·기아차는 확진자 발생과 국경 폐쇄 등을 이유로 미국과 유럽 일부에서 생산을 중단했고 삼성전자는 오는 23일부터 일주일간 슬로바키아 TV 공장 가동을 멈춘다. 삼성전자는 미국과 캐나다 내 체험매장 운영도 잠정 중단했다. 각국의 이동 제한과 영업 중단 조치 등이 이어지면서 매장을 찾는 사람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감염 추이에 따라 추가적인 공장 가동 중단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환율도 문제다. 지난달 말 1210원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에 근접했다가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1246.5원(20일 종가 기준)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아직 진정세로 보기는 어렵다.
 
김유미 키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된다는 신호가 없다면  한·미 통화스와프에 따른 환율 하락은 단기에 그칠 수 있다"며 "2008년에도 통화스와프 효과는 며칠에 불과했고 달러 강세와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되면서 다시 전고점을 돌파했다"고 말했다.
 
환율이 오르면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에 유리할 수 있지만 중간재 수입 비중이 50% 달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수입한 원자재로 수출품을 만들어야 할 때는 타격이 있기 때문이다. 정유사와 철광업체 등 원자재를 달러로 결제를 해야 하는 경우도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환율 상승은 과도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장단이 있기 때문에 당장 긍정·부정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환율 불안으로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문제가 있어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 유가도 골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50달러 안팎에서 유지됐던 국제 유가는 30달러 밑으로 가파르게 떨어진 뒤 급등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배럴당 25.22달러로 23.8% 상승했다. 그 전날에는 24.4% 하락하면서 2002년 2월 이후 18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유가에 민감한 정유사들은 유가 급락으로 대규모 재고 평가 손실을 피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1분기 영업적자가 예상된다. 조선업계는 화주인 에너지 기업의 실적 악화로 발주가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나 환율 흐름도 중요하지만 더 큰 문제는 경기침체"라며 "경기가 얼어붙으면 소비재를 비롯한 전반적인 수요가 위축돼 모두가 불황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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