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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GV80 투입에도…"현대차, 미국서 올해 10만대 타격 우려"
코로나19에 수요절벽과 생산중단까지 겹악재
2020-03-20 06:00:07 2020-03-20 06:00:07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신형 ‘아반떼’와 제네시스 ‘GV80’를 앞세워 올해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던 현대자동차의 전략이 큰 암초를 만났다.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수요 위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확진자까지 발생하며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겹 악재'들이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호세 무뇨스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17일(현지시간) 미국 현지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된다면 연간 판매가 10~20%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미국 정부 방침으로 일부 딜러는 문을 닫는 등 판매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코로나 영향이 2~3달 만에 끝나는 경우도 가정하고 있지만 최악의 경우 7~8월까지 지속되는 상황도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가운데)가 미국서 신형 아반떼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현대차
 
아울러 연간 37만대를 생산하는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서 악재가 겹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앨라배마 공장은 직원 1명이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이면서 18일(현지시간) 가동을 멈췄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방역 당국과 협의해 가동 재개 시점을 정할 것”이라면서 “언제 재개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다만 현대차 유럽 체코 공장은 정상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지난 2017년 미국 시장에서 68만5555대, 점유율 4.0%를 기록했다. 2018년에는 67만7946대로 소폭 감소했지만 2019년에는 71만7대로 회복세를 보였다. 점유율도 4.7%까지 상승했다. 현대차는 세단 위주의 라인업 구성으로 미국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대형 SUV ‘팰리세이드’ 등 SUV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어왔다. 
 
팰리세이드는 지난해 7월부터 3000~5000대 사이의 실적을 보였고 올해도 1월 5432대, 2월 6969대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제네시스 ‘G70’도 2018년 하반기 미국 진출 초기 월 판매 300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북미 국제오토쇼에서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인지도를 높여나가면서 2019년 1만1902대의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의 첫 SUV 모델인 GV80과 신형 아반떼 등으로 미국 시장에서 판매를 늘린다는 계획이었다. 현대차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에서 신형 아반떼의 월드 프리미어 이벤트를 개최할 정도로 미국 시장에 중점을 뒀다. 또한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차 ‘텔루라이드’가 미국서 안착에 성공하면서 GV80 가솔린 모델에 대한 흥행이 점쳐졌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이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코로나 여파가 글로벌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다음달 30일까지 현대차를 구매하거나 리스를 한 신규 고객 중 실직자를 대상으로 최대 6개월 할부금을 면제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지만 실적 회복은 쉽지 않다는 분위기다. 
 
악재들이 겹치자 이원희 현대차 사장도 19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에 따라 글로벌 모든 지역에서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자동차 분야도 수요 감소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자동차 업종의 실적 약화가 예상된다”면서 “현대차 뿐만 아니라 주요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미국, 유럽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수요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미국 자동차 수요가 2017년 1700만대에서 2019년 1500만대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더욱 낮아질 것”이라면서 “현지에서도 비관적인 전망으로는 25% 이상 감소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 10만대 정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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