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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에 뚫린 제주 해군기지…책임자는 보직해임
시민활동가들 울타리 일부 절단하고 침입, CCTV 경보기 미작동
2020-03-15 17:25:12 2020-03-15 17:25:12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민간인들이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 민군복합형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를 무단 침입하고 별다른 제지 없이 한 시간 넘게 내부를 돌아다닌 사건이 지난 7일 발생했다. 군은 경계실패 책임을 물어 부대 책임자인 제주기지 전대장(대령)을 보직해임하고, 상급부대인 해군3함대 사령관 등 지휘 라인도 문책하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5일 '제주 해군기지 민간인 무단 침입 사건'과 관련해 제주기지와 3함대사령부에 대한 합동 검열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 등에 따르면 기지에 무단 침입한 민간인들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온 활동가들로 확인됐다. 이들은 7일 오전 10시40분 행정안내실을 방문해 기지 출입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당직사관은 코로나19 확산 차단 조치를 이유로 불허했고, 이들은 낮 12시50분께 재차 방문해 출입을 신청했다. 당직사관이 다시 거부하자 이들은 "부대에 피해가 있을 것"이라 위협하고 행정안내실을 떠났다.
 
오후 2시13분께 남성 4명이 기지 외곽 미관형 경계 울타리(직경 4㎜) 일부를 절단하고 이들 중 2명이 구멍을 통해 기지 내로 침입했다. 이 과정에서 경보음은 울리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신형으로 교체된 감시용 카메라가 이들의 모습을 포착했지만, 공교롭게도 기존 장치와 연동이 안 돼 경보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상황실에 당직사관과 감시병 2명도 근무하고 있었으나 70여개 화면을 동시에 지켜봐야 하는 탓에 해당 장면을 놓친 것으로 알려졌다.
 
부대 안으로 몰래 들어온 시민 활동가 2명은 약 1시간30분간 부대 안 도로 등을 돌아다니며 '군사기지 없는 평화의 섬' 등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군이 무단 침입을 알게 된 것은 오후 3시10~20분께였다. 인접 초소 근무자가 근무 교대 후 복귀 중 경계 울타리가 절단된 것을 발견하고 당직사관에게 보고했다. 군은 오후 3시23~50분께 무단침입자를 찾아냈고 오후 4시3분께 활동가들의 신병을 확보해 경찰로 인계했다. 해군은 철조망을 절단한 민간인 4명을 군형법상 군용시설 손괴죄와 군용시설 침입 혐의로 9일 서귀포경찰서에 고소했다.
 
합참과 해군은 "경계 작전 책임자를 보직 해임하고 지휘 책임이 있는 함대사령관(소장) 등 관련자를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기지 경계작전 체계 면에서 미관형 펜스의 취약점이 노출됐고, CCTV 감시체계와 상황보고, 초동조치체계 등 문제점과 함께 평소 지휘관의 기지 경계 지휘 조치가 소홀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관계자들이 지난해 10월18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들에게 유엔군사령부(유엔사)의 기지 방문 목적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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