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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높은 RPA·OCR로 통관 자동화"…83년생 동갑내기 개발자들의 도전
LG CNS서 독립한 스타트업 '햄프킹'…"통관 특화 서비스로 비용·시간 절감"
AI 이미지 인식 기술로 인보이스의 필수 정보 추출…통관 절차 5시간→5분 대폭 축소
2020-03-15 10:00:00 2020-03-15 12:13:44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입력하는 수작업을 자동화하려면 RPA(로봇업무자동화)와 OCR(광학문자판독)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 및 기관들 입장에선 선뜻 도입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국내 RPA와 OCR 시장은 글로벌 및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데, 이들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업·기관들의 이러한 애로사항에 착안해 경량 RPA·OCR을 내세운 젊은 개발자들이 있다. LG CNS의 사내벤처대회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독립한 스타트업 '햄프킹'의 김승현 대표와 양자성 CTO(최고기술책임자)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그들을 만나 창업 도전기에 대해 들었다. 
 
LG CNS로부터 독립한 스타트업 '햄프킹'의 김승현 대표(오른쪽)와 양자성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LG CNS
 
"외산 RPA는 너무 비싸고 고기능인 제품들이 많습니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 위주로 RPA와 OCR을 결합한 기술을 각 현장에 최적화된 형태로 공급하는 것이 햄프킹의 경쟁력입니다"
 
1983년생 동갑내기 입사동기인 김 대표와 양 CTO는 LG CNS 재직 시절 사내벤처대회 '아이디어 몬스터'에 도전하며 RPA를 경량화하는 것을 아이템으로 잡았다. 기존 외산 RPA들의 높은 가격이 많은 기업 및 기관들에게 진입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김 대표와 양 CTO는 RPA와 OCR을 필요한 기능 위주로 좀 더 가볍게 만들어 함께 공급하면 더 많은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회사로부터 자신들의 기술력을 인정받고 시장성까지 확인한 그들은 사내 벤처에 머물지 않고 독립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둘은 수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 분야를 찾던 중 수입 통관 분야에 수작업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관세법인을 찾아갔다. 관세법인은 기업이 해외에서 물품을 들여올 때 통관 업무를 대행해주는 곳이다. 기업은 보통 여러 관세법인들과 계약을 맺고 자사 제품의 통관 업무를 맡긴다.
 
예상대로 관세법인에는 수작업의 자동화에 대한 수요가 있었고, 결국 국내 최대 관세법인 '세인'에 햄프킹의 자동화 기술을 공급하게 됐다. 세인이 보유한 2000여곳의 기업 고객들의 물품 통관 업무에 햄프킹의 기술이 적용됐다. 수입 물품이 담긴 컨테이너의 인보이스(거래물품명세서)를 사람이 직접 확인하고 시스템에 입력하는 부분이 햄프킹의 기술로 자동화됐다. OCR로 인보이스를 읽어내고 인공지능(AI)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해 인보이스 문서의 품목·수량·단가·금액 등 관세 시스템에 필요한 필수 정보만 추출해낸다. 추출된 정보를 관세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은 RPA가 담당한다. 통관용 RPA는 햄프킹이 자체 개발한 기술이다. 
 
보통 사람이 하나의 컨테이너의 통관 업무를 마치는 데 5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햄프킹의 자동화 기술이 적용된 후 5분으로 줄었다. 이번 개발 과정에서 OCR의 데이터 추출 정확도를 높이는 데 특히 공을 들였다. 인보이스의 수많은 숫자들을 하나도 틀리지 않고 정확하게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햄프킹은 인보이스 정보 시스템 입력 이후 세율을 매기고 최종적으로 상대편에게 최종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단계까지 통관 절차 100%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다. 통관 전문 RPA·OCR 결합 서비스를 만든 햄프킹은 향후 통관 외에 다른 물류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통관은 거대한 물류 흐름 속 일부분이다. 물류의 다른 부분에도 수작업이 많아 자동화를 적용할 수 있다. 
 
'햄프킹'의 김승현 대표(오른쪽)와 양자성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LG CNS
 
햄프킹은 지난 2월28일에 설립돼 아직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회사이지만 이미 세인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직원도 2명을 추가로 채용해 총 4명이 됐다. 김 대표는 3년 후 연간 매출 목표치를 60억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햄프킹처럼 RPA와 OCR을 함께 서비스하는 곳이 없어 사실상 경쟁사가 없는 상황이다. 자동화가 확산되면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선 김 대표는 현재는 AI가 사람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AI와 사람이 협업하는 단계라고 진단했다. 
 
LG CNS의 아이디어 몬스터는 지난 2016년부터 시작돼 정기 공모전이 5회 열렸으며 올해부터 연 2회씩 개최되고 있다. 이제껏 누적 150개 팀이 아디이어 몬스터에 지원했으며 사내벤처 7호까지 탄생했다. 햄프킹은 사내벤처 중 4호다. 대회에서 경영진으로부터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아 회사 성장 과정에서 9억원을 투자받았다. 독립 후에도 LG CNS로부터 5억원의 지분 투자를 받았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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