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vs 윤석열, 여론전 돌입?
윤석열, 15년 전 광주 추억소환…추미애, 21일 검사장 회의 연기
입력 : 2020-02-20 17:45:57 수정 : 2020-02-20 17:45:57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광주광역시 광주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 '검찰 내 수사·기소 판단 주체 분리'(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광주는 15년 전 검사로 재직한 곳인데 다시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반면 법무부는 이튿날인 21일 추미애 장관이 주재키로 한 전국 검사장 회의를 전격 연기했다.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 등 검찰개혁 과제 이행을 놓고 법무부와 검찰 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추 장관과 윤 총장이 판세를 유리하게 하고자 여론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윤 총장이 이날 오후 광주고검·지검을 방문했다. 그는 청사에 도착한 직후 취재진이 '검찰개혁 과제를 놓고 사회적으로 의견이 양분된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자 "광주는 15년 전 검사로 근무하다 딱 이맘때 전출 행사를 했던 곳"이라며 "광주고검·지검은 15년 만에 처음 오는데 세월이 흘러도 당시 환경과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어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 추진에 관한 입장에 대해선 끝내 답을 하지 않았다. 광주고검·지검 방문은 지난 13일 부산고검·지검을 찾은 후 두번째 현장 순회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일 광주광역시 광주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법조계에선 윤 총장의 이날 방문을 크게 주목했었다. 윤 총장이 부산 방문 때 "직접 심리한 판사가 판결을 선고하듯 수사한 검사가 기소를 결정하는 게 맞다"고 말해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반대 입장을 피력한 바 있어서다. 더구나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10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총선 대비 전국 지검장' 당시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대한 윤 총장의 기소 지시를 계속 거부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이에 법조계에선 이번 광주 방문에서도 법무부를 향한 윤 총장의 작심발언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취재진에 대한 질문에 '15년 전 광주 근무 '기억만 꺼냈다.
 
이에 대해 법조계는 윤 총장이 직접 추 장관과 대결하는 듯한 인상을 보여주기보다 검찰 조직 내부를 결속하는 데 주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윤 총장이 직접적으로 소신을 밝혀 법무부 수장에 척을 지고 비판 여론을 키우는 것 대신 일선 현장의 검찰 분위기를 자기 편으로 만드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에서 추미애 장관 역시 여론전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추 장관은 오는 21일 자신이 직접 전국 검사장 회의를 주재키로 했다. 이 자리에서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이 방안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을 설득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난 19일 회의를 전격 연기했다. 전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상 상황임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일정을 미뤘다는 설명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 앞서 신임 국무위언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검사장 회의를 앞두고 검찰 내부 여론이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대해 비판적인 상황을 감안해 설득할 시간을 벌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분권형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찬반과는 별개로 '전혀 가보지 않은 제도'에 대한 의문점들이 많이 제기되고 있을 것"이라며 "명분은 좋지만 현실에서 어떻게 이 제도를 정착시킬지에 대한 더 세련된 고민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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