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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작년 극장 관객 수 매출액 역대 최고”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스크린 독과점 역대 최고’
2020-02-13 15:37:22 2020-02-13 15:37:22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2019년은 1000만 영화가 무려 5편이나 쏟아진 유례 없는 극장가 호황기였다. 반면 스크린 독과점은 역대 최고로 심화된 한 해이기도 했다. 이는 작년 한 해 개봉한 상업영화의 평균 수익률이 여전히 마이너스임을 증명했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오석근)는 작년 한국 영화산업 주요 매출 통계지표 및 극장흥행, 디지털온라인, 독립•예술영화, 해외진출 등 주요 부문별 시장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2019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를 13일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영진위가 운영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통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며, 그 외 다수 관련사 자료 협조를 받아 이뤄진 것이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작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2억 2668만 명으로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매출액은 1조 91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하며 모두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13년 이후 극장 관객 수는 2억 1000만 명 대에 머물러있었는데, 시장 정체기란 우려가 무색하게 작년에 2억 2000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영화 관객 점유율은 51.0%로 9년 연속 외국영화 관객보다 많았으며, 한국영화 매출액은 970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4% 증가해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인구 1인당 연평균 관람횟수는 4.37회로 IHS Markit 자료에 따르면 세계 1위 아이슬란드의 4.32회를 넘어서며 세계 1위 수준에 올라섰다.
 
 
작년 박스오피스 1위는 ‘극한직업’으로 1627만, 2위는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1393만, 3위는 ‘겨울왕국 2’로 1337만, 4위는 ‘알라딘’으로 1255만, 5위는 ‘기생충’으로 1009만 명을 기록하며 사상 최초 1000만 영화 5편이 탄생했다. 이 중 디즈니 작품이 3편인데 디즈니는 배급사 관객 점유율 27.3%로 외국 배급사 최초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1000만 영화를 2편 배출하고,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다섯 편이나 이름을 올린 CJ ENM으로 관객 점유율 22.7%를 기록했다. 전년도 1위였던 롯데는 7.9%로 3위에 머물렀다 
 
전통적으로 시장을 구분하던 성수기와 비수기 경계도 모호한 한 해였다. 한국영화는 설 연휴, 여름 성수기, 추석 연휴, 크리스마스 시즌에 관객 수가 많았고, 외국영화는 마블 영화가 개봉한 4월, 11월 등 기존 비수기로 구분됐던 봄•가을 시즌에 관객 수가 많았다. 요일별 관객 점유율은 토요일 23.8%, 일요일 21.5%, 수요일 13.3% 순이었고, 장르별 관객 점유율은 액션 23.8%, 드라마 14.3%, 코미디 13.8% 순이었다. 
 
작년 영화 상영 스크린 편중 현상(스크린 독과점)은 역대급으로 심화됐다. 일별 상영점유율을 평균해 보면 1위가 35.8%, 2위가 20.0%, 3위가 13.4%로 단 3편의 영화가 하루 상영횟수의 약 70%를 차지했다. 1년 365일 중 일별 상영점유율 1위 영화가 80%를 넘은 날이 총 3일, 70%를 넘은 날은 총 9일이었다. 60%를 넘은 날은 총 26일로 2017년 3일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극장흥행 관객 쏠림 현상 역시 역대급을 나타냈다. 극장흥행 1위 영화 매출 점유율이 7.5%, 상위 10위까지의 누적점유율은 46.2%로 전년 대비 10.9%P 증가했으며, 상위 30위까지는 73.5%로 박스오피스 상위 30편이 전체 매출액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한국영화 시장으로만 보면 1위 영화의 점유율이 14.5%, 상위 10위까지의 누적점유율은 57.3%에 달한다. 
 
2019년 전체 영화 관객 수 상위 20편. 자료/영화진흥위원회
 
한국 영화산업 주요 부문(극장, 디지털 온라인, 해외)매출은 총 2조 5093억 원이었다. 이 가운데 디지털 온라인시장 매출은 5093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20.3%를 차지하며 최초로 영화산업 주요매출 20% 대를 진입했다. 디지털 온라인 시장은 TV VOD와 인터넷 VOD, DVD 및 블루레이 모든 영역에서 매출이 증가하며 전년 대비 7.5% 성장했다. TV VOD 시장 매출규모는 4059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9.7%를 차지하긴 했으나 2.9% 성장에 그쳐 성장세가 꺾였다. 
 
반면 인터넷 VOD 시장 매출규모는 93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7% 증가했는데, 그 중 OTT서비스(영화부문) 매출이 71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7% 증가해 디지털 온라인 시장 성장을 견인했다. 작년은 구독형 서비스로의 콘텐츠 소비문화 확산과 국내외 OTT서비스 간 경쟁상황이 본격화된 원년으로 향후 OTT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DVD 및 블루레이 시장의 매출액은 104억 원으로 전체 디지털 온라인 시장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완성작 수출과 서비스 수출 금액을 합친 한국영화 해외 매출 총액은 7378만 달러로 전년 대비 8.2% 하락했다. 이는 중국의 한한령에 따른 완성작 및 서비스 수출 하락과 함께 ‘홍콩시위’ 악재로 홍콩 대상 수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완성작 수출은 대만이 2018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는데 이밖에 일본 싱가포르 홍콩 중국 인도네시아 등을 포함한 아시아 비중이 72.3%에 달해서, 아시아가 한국영화의 절대적인 소비시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기술서비스 수출은 기술수출 부진으로 2018년 전년 대비 49.6% 급감한 것에 이어 작년에도 46% 감소했다. 이는 중국에 의존하는 기술서비스 수출 구조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상업영화 45편의 평균 수익률은 5.9%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에 수익률 –4.8%로 7년 만에 적자를 보였다가 1년 만에 다시 흑자 수익률로 돌아선 수치이다. 그러나 이 중 손익분기점 600% 이상을 상회하며 역대급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매출액 1위 영화를 제외하면 상업영화 44편의 평균 수익률은 –8.1%까지 뚝 떨어진다.
 
 
상업영화 중에서도 중급규모인 50억 원 이상~80억 원 미만 작품 16편 수익률이 36.9%로 가장 높았다. 이들 중급규모 영화들은 장르적 다양성을 담보로 비교적 골고루 흥행하며 전년도에 이어 한국 영화산업 허리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반면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150억 원 미만 수익률은 14.5%(2018년 –48.3%), 150억 원 이상은 –15.6%(2018년 8.3%)로 전년 대비 순제작비 100억 원 이상 고예산 영화 수익률이 올라가긴 했으나,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나머지 작품 손실률이 워낙 컸기 때문에 2018년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외에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는 810만 명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다. 이는 전체 관객 수의 3.6%에 불과하며 최근 5년간 가장 낮은 수치로 5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 독립•예술영화 총 121편의 관객 수는 28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1.9% 증가하긴 했으나 2018년에 전년 대비 47.9% 급감했던 것을 감안하면 이전 수준을 회복한 정도이다. 더욱이 전체 독립•예술영화 1위를 차지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 1편이 한국 독립예술영화 관객 수 40%인 116만 명을 동원해 독립예술영화 안에서도 관객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대기업 자본이 투입된 저예산영화란 점에서 작년 한국 독립영화 관객 수 확대를 낙관할 결과는 아니다.
 
여성 스태프들의 현장 참여는 소폭 상승했다. 작년 개봉작 중 174편의 헤드스태프 여성참여율을 분석한 결과 여성감독은 27명(14.1%), 여성 제작자는 52명(22.9%), 여성 프로듀서는 58명(26.9%), 여성 주연은 63명(37.3%), 여성 각본가는 54명(25.8%), 여성 촬영감독은 12명(6.2%)으로, 프로듀서(-1.2%P)와 주연(-0.5%P)을 제외하면 2018년보다 모두 소폭 상승했다. 
 
순제작비 30억 이상 상업영화에서 여성감독이 2018년 단 1명(2.5%)에서 작년 5명(10.2%)로 증가했고, 이들 5명의 연출작 모두 한국영화 흥행순위 30위권 내에 올랐으며 이 중 3명의 연출작은 10위 권 내에도 이름을 올렸다. 여성 주연 영화는 2018년 6명(15.0%)에서 작년 8명(17.8%)으로 소폭 상승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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