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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적 병역 거부'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 무죄 확정
대법 전합 "정당한 사유" 판단 이후 상고심 확정 첫 사례
2020-02-13 14:53:26 2020-02-13 14:53:2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양심적 병역 거부로 기소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지난 2018년 1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하다고 판단한 이후 상고심에서 무죄로 확정한 첫 사례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김재형)는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이날 박씨를 포함해 총 111명의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게 무죄 판단을 내렸다.
 
박씨는 지난 2016년 12월 충남 논산시에 있는 육군훈련소에 입대하란 내용의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입영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듬해 5월 진행된 1심은 "피고인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행위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소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박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018년 11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 등 전원합의체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8년 11월 또 다른 여호와의 증인 신도에 대한 상고심에서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는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이후 지난해 6월 열린 박씨의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로서 종교적 교리에 따라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다는 양심은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해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라고 볼 것이므로 피고인의 현역 입영 거부에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에서 정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어렸을 때부터 여호와의 증인 신도인 부모의 영향을 받아 성서를 공부했고, 2010년 8월 침례를 받아 정식으로 여호와의 증인 신도가 돼 그 신앙에 따라 생활해 왔다"며 "피고인은 침례를 받은 이후 정기적으로 집회에 참석하고 있고, 지속해서 전도와 봉사 활동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종교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에 대해 "양심적 병역 거부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와 판단 기준에 따라 정당한 사유를 인정한 원심 무죄 판결을 수긍한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 피고인은 2019년 12월31일 신설된 대체역법에 따라 대체복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침례 이후 입영 거부까지의 기간이 짧거나 입영 거부 이후 종교 활동을 중단하는 등 과연 진정한 종교적 양심인지 문제 되는 경우, 비종교적 양심을 주장하는 경우, 군 복무 이후 예비군훈련을 거부하는 경우, 입대 후 양심의 발생을 주장하면서 전역을 요청하는 경우 등에 관해서는 더 심층적인 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양심·종교적 병역거부에 대해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며 무죄를 선고한 지난 2018년 11월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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