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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펜루트 펀드환매 연기…증권사 TRS 탓일까
"TRS해지 영향 고려해 증권사 신중한 판단 필요"
2020-01-28 15:41:51 2020-01-28 16:12:10
[뉴스토마토 이보라·신항섭기자]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인한 불똥이 또 다른 사모펀드운용사로 튀며 펀드환매를 연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 상대방인 증권사 탓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지만 금융투자업계는 펀드운용에 실패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TRS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증권사의 선택이지만 시장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28일 알펜루트자산운용은 개방형 펀드자산의 10%가 넘는 대규모 환매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알펜루트운용이 다음달 말까지 추산한 환매 연기 규모는 26개 펀드, 1817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환매를 미룬 이유를 라임자산운용 펀드 실사결과에 대한 증권업계의 우려와 증권사 PBS(프라임브로커센터) 리스크 회피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자산 보호를 위해 일정시간 환매를 연기해야 급매와 저가 매각으로 인한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알펜루트 측은 자신들이 라임자산운용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마켓컬리 등 우량 벤처기업과 상장사에 투자 중이고 모자펀드 구조가 아니며 불법적인 일에 연루된 일이 없다는 것이다.
 
알펜루트운용은 펀드 환매의 직접적인 원인을 증권사의 TRS해지로 돌렸으나 TRS 매매 및 중개 관련법에는 이를 제재하는 내용이 없다. 자본시장법상(166의2) 상대방이 일반투자자인 경우에만 거래목적이 위험회피에 해당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전문투자자인 증권사의 TRS 거래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없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투자자는 투기적 부분을 우려해 규정을 마련했지만 전문투자자는 별도 규정이 없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증권사의 TRS해지 탓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다. 그보다는 운용사의 유동성 관리 실패가 원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사모펀드운용사 대표는 "TRS계약에 명시한 회수시기가 있는데 운용사는 이에 맞춰 운용해야 하고, 펀드매니저는 펀드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차입을 일으키고 그에 맞는 자산을 넣어야 한다"면서 "운용을 못한 사람의 능력문제이지, 증권사들이 회수해서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는 말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 역시 "비유동성 자산의 가장 취약한 고리는 유동성"이라며 "펀드의 유동성은 펀드매니저가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수익이 커지는 구조도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일각에서는 증권사의 TRS계약 해지가 이어진다면 알펜루트운용 사례와 같은 일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권사들이 TRS계약으로 자금을 공급한 운용사는 20곳에 육박하며 자금규모가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펀드 환매 연기가 라임 사태와 맞물려 우려되지만 TRS거래 자체는 적법해서 검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해 증권사가 신중한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사모펀드 실태조사를 예고한 바 있다.
 
이보라·신항섭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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