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노트와 ECM, BTS와 U2'…2019년 대중음악 연말 결산
정태춘, 신중현, 블루노트, ECM…음악사 굵은 발자취 돌아본 해
존 케일부터 U2까지, 한국 온 '전설들'…케이팝의 글로벌 약진
키워드 10개로 돌아본 올해의 대중음악계②
입력 : 2019-12-30 18:00:00 수정 : 2019-12-30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019년은 가려져 있던 장르 음악에 몇 줌의 빛이 새어 든 해다. 13년 만에 새 앨범으로 돌아온 김현철과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약진은 아이돌 중심으로 짜여지던 기존 음악 질서를 새롭게 재편했다. 음악 프로그램은 밴드, 트로트처럼 수면 아래 잠겨 있던 장르 음악들을 끄집어 냈고, 주요 방송사들은 특색 있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1, 2세대 아이돌(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다시 보기' 시대를 열었다.
 
대중 음악, 공연 시장은 점차 보고, 만지고, 경험하는 '오감 체험'으로 확장됐다. 바이닐(LP)과 카세트 테이프를 제작, 구입하는 열풍이 일고 공연장은 바버샵, 호텔처럼 특정 콘셉트를 띈 공간으로 진화했다. 대형 록 페스티벌이 신음한 가운데 긴 기간 내실있게 라인업을 준비한 페스티벌이나 단독 공연이 빈 자리를 메웠다. 벨벳언더그라운드 출신의 존 케일부터 U2까지 올해 각기 다른 시기, 다른 방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2019년은 국내외적으로 음악사의 굵은 발자취를 돌아본 해이기도 하다. 미국 블루노트 레코드의 설립 80주년과 독일 ECM 레코드의 50주년이 올해 모두 있었다. 정태춘, 박은옥이 데뷔 40주년 프로젝트에 나섰고, '록의 대부' 신중현이 14년 만에 돌아왔다. 30주년을 맞은 유재하경연대회는 한국 대중음악계의 꾸준한 '산실(産室)'로 자리매김했다. 블랙홀, 이승환, YB, 넬 등 밴드 사운드 중심의 뮤지션들이 각각 데뷔 30주년, 25주년, 20주년을 맞아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지나간 굵은 음악사 끝에는 방탄소년단(BTS)이란 새 페이지가 새겨졌다. 올해 초 그래미 뮤직어워드에 초청된 그룹은 빌보드뮤직어워드와 아메리칸뮤직어워드 주요 부문을 석권하며 기존 글로벌 주류 음악 시장의 틀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으로 해석됐다.
 
2019년 대중음악계 소식들을 10개의 키워드로 정리, 분석해본다. [뉴스토마토 12월29일자 '복고와 체험, 장르 음악의 진격'…2019년 대중음악 연말 결산 기사 참조]
 
존 케일부터 U2까지, 한국에서 본 '전설들'
 
대형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부침은 새로운 '각개전투' 시대를 열었다. 공연기획사들은 기간이 길고 운영 위험성 큰 대형 페스티벌에 골몰하기 보다는, 중소 페스티벌이나 단독 공연으로 해외 '전설들'을 끌어오는 전략을 취했다.
 
올해 상반기 'DMZ 피스트레인 뮤직페스티벌'에는 벨벳언더그라운드의 존 케일이 간판 출연진(헤드라이너)으로 등장했다. 한국 최북단 월정리역에서 그는 싱어송라이터 정밀아와 듀엣곡 '프로즌 워닝(Frozen Warning)'과 '하트브레이크 호텔(Heartbreak Hotel)'로 평화를 노래했다.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 오아시스 노엘 갤러거, 레드제플린 존 폴 존스, 크라프트베르크, 멈포드 앤 선즈, 마룬 5, 스팅, 에드 시런, 제이슨 므라즈, 데이브 그루신 앤 리 릿나워 …. 모두 올 한 해 단독 공연, 중소형 페스티벌로 한국 땅을 밟은 뮤지션들이다. 음악 팬들은 해외에 가지 않고도 이 세계적인 '전설들'을 영접할 수 있었다.
 
결성 43년 만에 한국을 찾은 U2는 내한 역사에 획을 그으며 올해 정점을 찍었다. 화물 전세기 3대 분량, 50피트 카고 트럭 16대 분량의 글로벌 투어링 장비…. 누워 있는 아파트 크기(가로 64m, 세로 14m 크기) 스크린에 길고 웅장하게 분사한 종합예술은 단순한 공연 관람 수준을 넘어 촉각적 체험에 가까운 전율을 일으켰다.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아일랜드 출신 세계적인 록밴드 U2의 첫 내한 공연. 사진/라이브네이션 코리아
 
세계 재즈의 명가…블루노트 80주년, ECM 50주년
 
2019년은 국내외적으로 음악사의 굵은 발자취를 돌아본 해이기도 했다.
 
1939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블루노트가 설립 80주년을, 1969년 독일 뮌휀에서 출발한 ECM이 설립 50주년을 올해 맞았다. 두 음반 레이블 모두 재즈의 역사를 주도해 온 세계적인 명가다. 
 
독일 이민자 알프레드 라이언(1908~1987)이 세운 블루노트는 '재즈의 정수'를 표방하며 부기우기, 스윙, 비밥, 하드밥, 솔 재즈, 퓨전 재즈까지 다양한 세부 재즈 장르를 세상에 소개해왔다. 존 콜트레인, 마일스 데이비스, 아트 블레이키는 이 레이블을 거친 전설적 아티스트다. 블루노트를 대표하는 푸른색 타원은 재즈 마니아들에게 절대적 신뢰의 상징이다.
 
올해 국내에서는 블루노트 설립 80주년을 기념해 첫 공식 도서 '블루노트 : 타협하지 않는 음악'이 발간됐다. 책은 재즈가 왜 '자유의 음악'으로 불리게 됐는지, 연대기 순으로 되짚는다. 8월에는 다큐멘터리 영화 '블루노트 레코드'도 국내 개봉했다. 웨인 쇼터(86), 허비 행콕(79)의 인터뷰로 블루노트의 의미를 돌아본다.
 
레코드에 고유의 로고를 찍은 ECM 역시 음악을 예술화한 레이블이다. 독일 출신 만프레드 아이허(76)가 세운 ECM은 재즈부터 클래식, 뉴에이지, 월드뮤직 등 지난 50년 동시대 음악을 '종합 예술작품(gesamtkunstwerk)화' 했다. 키스 자렛, 얀 가바렉, 칙 코리아, 팬 메시니 같은 이들이 이 음반사를 거쳐 세계적 뮤지션 반열에 올랐다. 올해 10월부터 국내에서는 ECM의 반세기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RE:ECM'이 한남동에서 열리고 있다. 음반 녹음 시 사용했던 아카이브 자료와 설치, 드로잉, 인포그래픽, 프로젝트 등 초대작가 6팀의 작품이 전시돼있다.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ECM의 녹음실 장면. 사진/현대카드
 
정태춘·박은옥 40주년, 14년 만에 돌아온 신중현
 
정태춘(65)은 올해 가수 데뷔 41주년을 맞았다. 그의 삶과 음악은 종종 밥 딜런의 그것과 비교되곤 한다. 첫 음반 '시인의 마을(1978)'부터 11집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2012)'를 내기까지, 그는 김민기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비판적 포크 가수이자 음유 시인으로 꼽힌다.
 
올해 그는 배우자이자 평생의 음악 동반자 박은옥(62)과 40주년 프로젝트를 펼쳤다. 각계 예술인 144명과 '정태춘·박은옥 40 프로젝트 사업단'을 꾸렸다.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김규항 '고래가 그랬어' 발행인, 이은 명필름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김준기 전 제주도립미술관장이 프로젝트 총감독으로 참여했다. 앨범부터 전시, 공연, 출판, 포럼, 다큐멘터리 제작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로 부부의 음악 자취를 밟고, 시장 지배로부터 벗어난 예술의 이야기를 펼쳐왔다.
 
'록의 대부' 신중현(81)은 올해 14년 만에 앨범을 냈다. 한국 대중음악사를 빛낸 신대철, 신윤철, 신석철 세 아들이 참여했다. '빗속의 여인' 같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곡을 포함해 일전에 발표한 음악 중 아쉬운 것들을 다시 녹음해 엮었다. 올해는 블랙홀, 이승환이 데뷔 30주년을 맞아 각각 정규 9집 ‘Evolution’과 12집 'FALL TO FLY 後'를 냈다. YB, 넬 등 밴드 사운드 중심의 뮤지션들도 각각 데뷔 25주년, 20주년을 맞아 새 앨범을 내고 공연을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지난 4월25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린 '정태춘 박은옥 40 프로젝트' 출판 기자간담회. 사진/뉴시스
 
유재하 경연 30주년, 신해철 5주기
 
한국 대중음악계의 꾸준한 '산실(産室)'로 자리매김 해 온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는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1회 수상자 조규찬부터 유희열, 김연우, 이한철, 루시드폴, 스윗소로우, 방탄소년단(BTS)의 제작자 방시혁에 이르기까지, 이 대회 출신들은 오늘날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대중음악의 종 다양성에 기여하며 고 유재하(1962~1987)의 정신을 기려오고 있다. 30주년을 맞은 올해 대회는 추모 음악 대회로 꾸려졌다. 김민기 학전 대표 등 음악계 원로들과 유희열 등 역대 대회 수상자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대회 예선 접수에는 총 755팀 몰려, 역대 최고의 경쟁률로 기록됐다.
 
대중음악계는 올해 5주기를 맞은 '마왕' 신해철(1968~2014)도 그리워 했다. 그와 인연이 있던 지인들, 그를 추모하는 뮤지션들은 추모 콘서트 '시월'을 열었다.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날아라 병아리', 'Hope', '그대에게' 등 신해철 생전 대표 명곡들을 후배 뮤지션들이 함께 연주하고 불렀다. 
 
MBC TV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유플래쉬'에서도 그를 추모하는 무대가 꾸며졌다. 신해철의 미공개 데모곡 '아버지와 나 파트 3'를 토대로 한 '스타맨(STARMAN)'이 울려 퍼졌다. '스타맨'에는 가수 이승환이 멜로디 작곡과 보컬, 밴드 국카스텐 하현우가 추가 보컬 녹음, 유재석이 드럼 비트로 참여했다. "그와 나 사이를 가로지르는 강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고 시작하는 신해철 생전의 목소리, 연주 파트 등을 실은 곡은 "원곡이 먼저 들려졌으면 한다"는 제작진 바람에 따라 방송에서만 공개됐다.
 
5년 전 형형색색 색종이로 신해철을 추모한 시민들. 사진/뉴시스
 
방탄소년단·케이팝의 글로벌 약진
 
굵직한 음악사 끝에 올해도 방탄소년단(BTS)이란 새 페이지가 새겨졌다. 
 
그룹은 올해 5월부터 스타디움 버전의 '러브 유어셀프 : 스피크 유어셀프'를 이어왔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월드 투어의 규모를 키운 앙코르 버전이다. 통상 스타디움 월드투어는 3만 명 이상 수용하는 공연장을 순회하는 것으로 아티스트 파급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룹은 올해 북남아메리카, 유럽, 일본, 사우디아라비아를 돌고 다시 서울에 이르기까지 10개 도시 20회 공연에 102만2000명을 끌어 모았다. 특히 6월에는 퀸과 비틀스가 섰던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 무대에 선 한국 최초의 가수로도 기록됐다.
 
그룹은 올해 2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그래미 뮤직어워드에 초청되기도 했다. 5월 빌보드뮤직어워드 2관왕, 11월 아메리칸뮤직어워드 3관왕을 석권했다. 지난해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받는 건 이 시상식들의 주요 부문 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들 음악을 글로벌 주류 음악 시장을 깨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현으로도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제61회 그래미 어워드'에 시상자로 참석했던 방탄소년단. 사진/뉴시스
 
세계 대중음악계는 BTS를 필두로 점점 더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내년 9월 전 세계 5개 대륙에서는 21세기 버전의 라이브 에이드 '글로벌 골 라이브'가 열린다. 음악과 캠페인 운동을 결합해 기아, 불평등, 환경오염 등의 문제에 대한 공감대 형성, 인식 변화를 촉구하는 공연이다. 국내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가 공연 기획에 참가한다. 콜드 플레이, 메탈리카, 뮤즈, 어셔,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이 간판 출연진으로 서는 이 역사적 공연에 한국이 주체적으로 참여한다는 건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다시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경계에 서 있다. 2020년, 한국 대중음악계는 더 큰 글로벌 도약을 이룰 수 있을까.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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