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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지식재산권 강국, 특허청 명칭을 바꾸자
2019-12-30 01:00:00 2019-12-30 01:00:00
얼마 전 서울반도체가 일본기업과 6년간의 특허소송에서 이겼다. 삼성은 가장 혁신적인 특허보유기업 1위로 선정되었고 LG전자는 금년 3분기 로열티 수익이 5배나 증가한 1037억원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접했다. 이러한 사례는 4차 산업시대의 기업에게 특허는 수익성과 존폐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시사점이 크다. 기업인, 특히 스타트업의 특허에 대한 관심도 크다.
 
2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창업자로부터 전통산업과 4차산업에 이르는 기술·아이디어·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창업자들은 자신의 특허등록으로 인한 이점도 있지만 글로벌시장에서의 외국특허 획득과 특허침해 소송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외국기업의 특허공격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중소기업입장에서 공들여 만든 기술과 브랜드를 외국기업이 자금력과 대형로펌을 통해 시비를 걸어오면 이에 맞서 특허전쟁을 치룰 여력이 없다. 성장기업도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들을 뒷받침해주는 정부의 역할이 중시되고 있다. 근래 들어 특허청은 업무 다양화와 인력증대를 통해 특허처리시간의 단축 등 출원과 심사, 등록증 발급의 영역에서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루고 있다. 또한 발명진흥과 특허사업화, 특허재산권 침해에 대한 홍보와 지원 등의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갈수록 변화무쌍하게 나타나는 각종 기술과 사업모델을 선제적으로 업무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첫째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위해 보다 능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2018년 특허출원건수는 중소기업이 4만7013건으로 가장 많다. 이는 대기업(3만5240건) 및 외국기업(2만9300건)에 앞서는 것이며, 2015년 이후 매년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이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체 중소기업 수에 비춰보면 특허인식과 활용은 그리 높지 않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특허상담·교육과 특허출원지원은 물론 최근 청장이 나서서 경제단체와의 접점을 늘이고 업무소개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현장 고객중심의 업무가 확대되어야 한다.
 
또 하나는 특허청 명칭을 바꿀 필요가 있다. 특허청은 40년 세월 귀에 익기는 했지만 그 기능이 여전히 특허신청의 접수·심사와 등록을 해주는 단순·제한적 느낌을 준다. 정부부처 명칭은 그 기능을 상당부분 내포한다. 이름의 유일성과 기능의 독립성 그리고 국가의 대표성도 가진다.
 
부처 신설이나 승격, 분할은 물론 기능 변화 등의 경우에 이름을 바꾼다. 중소기업청은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되면서, 문화, 체육, 관광, 여성, 복지, 가족분야는 정부가 바뀌면서 이름이 바뀌었다. 기능에 따른 변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처럼 여러 기능을 나열하거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처럼 단순기능에도 긴 이름이 있다. 반면 외교부, 국방부, 환경부, 교육부와 같이 포괄적 기능에도 단정한 이름도 있다.
 
핵심은 기능을 제대로 내포하는가다. 공식명칭은 특허청이지만 영문은 KIPO(Korean Intellectual Property Office)다. ‘한국지적재산권사무소’ 또는 '지식재산청'으로 번역된다. 전문가들은 특허, 실용신안특허, 상표, 디자인 등과 영업비밀·아이디어 탈취, 반도체 배치 설계권 등 신지식재산권까지 고려하면 특허의 통칭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다.
 
영국은 2007년 '지식재산청'으로 변경했고 캐나다, 러시아, 호주, 중국, 프랑스 등도 사용하는 지식 또는 산업재산이라는 용어를 포함하면 좋겠다. 이제는 특허건수 등 양적 개념보다 국내 발명자들이나 기업에게 실질적 이익을 주고 기업이 기댈 수 있는 부처가 돼야 한다.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다양한 기술·아이디어창업에서 나타나는 신 수요에 대비해 전략적·중장기적인 비전과 목표가 필요하다. 여러 부처에 흩어진 저작권업무의 조정기능도 필요하다.
 
익숙해진 명칭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또 부처 간 이견도 예상된다. 그럼에도 특허청이 시대에 맞는 새 이름과 역할을 고민할 시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이의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 경영학박사(yesnfin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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