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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vs조현아…한진그룹 불붙은 '남매의 난'
내년 주총까지 우군 확보 전쟁 전망…"조원태 회장 경영 불안 불가피"
2019-12-23 16:27:46 2019-12-23 16:37:31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한진그룹 '남매의 난'이 시작됐다. '꺼진 불'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다른 주주와의 연대 가능성까지 내비치며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향해 공개적으로 '선전포고'를 했다. 이에 따라 그룹 지배권을 향한 남매의 경쟁은 가열될 전망이다.
 
23일 조 전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원태 회장이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은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 회장이 가족 간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는 만큼 회사 경영과 관련해 조 전 부사장이 나름의 길을 찾겠다는 것이다.
 
한진그룹 조현아 전 부사장(가운데)은 23일 "조원태 회장이 남매간 협의를 통해 공동경영을 하라는 유훈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뉴시스
 
이에 한진그룹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국민과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한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고 조양호 회장의 간절한 소망이자 유훈"이라며 조 전 부사장의 주장을 일축했다.
 
회사의 경영은 회사법 등 관련 법규에 의해 이뤄져야 하고 최근 그룹 임직원의 노력으로 새로운 변화를 기초를 마련하고 있는 중요한 시점에서 이번 논란이 경영 안정을 해치고 기업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기를 바란다며 불편함도 드러냈다.
 
조 회장이 한 달여 전 미국 뉴욕에서 간담회를 열고 고 조양호 회장의 지분을 같은 비율로 상속한 것에 대해 "가족 간 협력을 안 할 수 없게 구조를 만들고 형제들끼리 잘 지내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과 노선을 달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양측은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할 전망이다.
 
내년 주총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의 결과에 따라 그룹 경영권이 좌우된다는 점에서다. 조 회장은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 경영권을 잃게 된다. 한진그룹은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그동안은 조 회장의 연임과 경영권 유지에 무리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조 전 부사장을 비롯한 가족 등의 지분이 모두 조 회장의 측에 서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 28.94%에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0%를 합치면 총 39%가량이다. 주총 출석률을 80%로 가정하면 사실상 조 회장 연임에 필요한 지분율을 모두 확보한 수준이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하지만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년 주총에서 조 회장의 연임은 걱정할 게 없는 사실상 끝난 싸움이라고 봤는데 이제는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됐다"며 "조 회장이 조금 유리할 수도 있지만 둘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결의 당사자가 조 회장을 비롯한 한진그룹 대 KCGI란 외부세력에서 조 회장 대 조 전 부사장으로 변하면서 지분율 싸움의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것이다.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6.52%, 6.49%로 불과 0.03%포인트 차이다. 주요 주주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 KCGI(17.29%), 대호개발(6.28%) 등이 누구와 손을 잡느냐에 따라 상황이 변할 수 밖에 없는 수준이다.
 
만약 조 회장이 이탈이 분명한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을 채울 수 있는 우군을 확보하고 연임에 성공해도 경영권 안정화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경영능력과 장악력에 대해 내부에서도 의구심이 있는 상황이라 이번 주총에서 얼마나 많은 주주의 지지를 받느냐가 중요했다"며 "지금 상태라면 경영권을 지키더라도 그룹을 이끌어갈 힘이 많이 약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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