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충무로 멜로 장인 허진호 감독의 손에 의해 탄생됐다. 허 감독은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를 우정 그 이상으로 그려냈다. 죽음 직전에 떠올릴 법한 사람이 누굴까. 세종에겐 장영실이었고, 장영실에겐 세종이 아니었을까. 상상력이 더해진다. 이건 상상력이다. 하지만 합리적인 상상력이다. 두 사람의 영화 속 모습은 충분히 설득력을 갖췄고, 그 설득력은 공감을 끌어 내며 공감은 장면을 만들어 냈다. 그 장면 속에 배우 한석규 최민식이 있다.
사극은 기본적으로 ‘혹시’란 가정으로 출발해 ‘역시’란 단정으로 마무리를 할 때 힘을 얻게 된다. ‘천문: 하늘에 묻는다’는 역설적으로 ‘역시’란 단정으로 시작해 ‘혹시’란 가정으로 끝을 맺는다. 익숙한 시작이지만 이질적인 과정으로 모든 것을 끌고 간다. 낯이 익지만 또 낯이 선다. 그래서 긴장감이 흐를 수도 있지만 긴장감이 깨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을 깨고 들어간다면 연기 장인과 연출 장인이 만들어 낸 화려한 심포니의 시대극 한 판을 오롯이 감상하고 즐기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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