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새로운 길' 선포 초읽기…"극단적 대립은 지양할 것"
김정은 '신년사' 통해 대응 전망…미국 태도 변화 살피고 도발 수위 낮출 듯
2019-12-18 14:51:10 2019-12-18 14:51:1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북미 관계의 반전을 위해 북한에 '판문점 회동'을 제안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한 채 한국을 떠났다. 북한이 비건 대표의 요청을 묵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스스로 공언한 '새로운 길'을 걸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의 극단적 도발은 북한에도 실익이 없는 만큼 그 수위를 낮추고 대화 여지를 남겨놓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는 방한 기간 "우린 여기 있고, 북한은 우리에게 접촉할 방법을 알고 있다"며 북한에 전격적인 회동을 요청했다. 그리고 한국에 머물면서 지속적으로 대화 의지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을 단독 접견한 자리에선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의 만남에선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무응답으로 일관하며 '새로운 길'에 대한 의지 표현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8주기를 맞이해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지만 대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결국 북한의 침묵은 회동 제안에 거절의사를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건 대표가 방한 과정에서 내놓은 메시지가 북한이 요구한 '새로운 셈법'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는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거론하며 데드라인은 없다고 거듭 밝혔지만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한미 군사훈련' 중단이나 제재 완화 등의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교착 국면을 벗어 나지 못하던 북미 관계가 비건 대표의 방한에도 반전 포인트를 찾지 못하면서 북한이 설정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고 있다. 우선 1차 분기점인 성탄절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한은 성탄절을 전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5차 전원회의를 열 전망이다. 북한은 이 자리에서 당초 예고한대로 '중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 2차 분기점이 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서 구체적인 '새로운 길'에 대해 밝힐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정부는 현 상황과 관련해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정세 2019년 평가 및 2020년 전망' 자료를 통해 "김 위원장이 내년 신년사에서 북미협상 중단을 선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내년 북미협상 미진전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어떤 성과를 낼 지에 대해서 주시할 필요가 있다"며 "제재 극복을 위한 중국, 러시아 등과 경제협력 강화 노력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바 있다. 
 
미국도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주시하며 비건 대표를 중국으로 급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서도 탄핵의 위기에서 최고의 외교 성과로 꼽히는 한반도 평화 문제로 북한과 신경전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의 중국 방문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중국에 엇박자를 내지 말자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차원도 있지만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론도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즉 중국의 적극적 역할에 협조를 구하면서 북한에 '데드라인' 없이 대화를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통일부 관계자는 "다만 북한은 지난 2017년과 같이 극단적 대립국면은 지양할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따라 대화 계기를 지속적으로 모색할 것"이라고 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새로운 길을 가기 위해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국가 전략 노선을 결정하고 그것에 대한 신년사에서 김정은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며 "그 다음에 무슨 도발을 하더라도 다음 명분을 잡아서 전체 판을 미국이 깼다라는 명분을 바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즉 '연말 시한'에 북한이 도발을 강행하기보다는 새로운 길을 설정하고 미국의 태도변화를 주시한 후에야 실질적 행동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정일 서거 8주기를 맞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경의를 표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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