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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지혜가 분노한 영화 ‘호흡’ 논란… 독립영화인 3인의 생각은?
2019-12-16 17:53:39 2019-12-16 20:36:08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윤지혜의 폭로가 영화계의 또 다른 민 낯을 고발했다. 그는 오는 19일 개봉하는 저예산 독립영화 호흡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비상식적인 제작 시스템에 분노했다. 제작비 7000만원 수준의 초저예산 영화 호흡은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 개념으로 준비가 됐다. 하지만 KAFA 작품은 일반적으로 제작 이후 독립영화 배급을 통해 극장에 공개가 되기 때문에 준상업개념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도대체 윤지혜는 어떤 부분에서 어떤 이유로 무엇에 분노하고 공개 발언을 했을까.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는 영화인(감독, 배우) 3인을 통해 들어 본 내용이다.
 
 
열악한 제작비
 
윤지혜가 분노한 이유는 비상식적이란 단어 하나로 압축된다. 2017년 여름쯤 촬영 된 호흡은 독립 영화 제작 환경 수준에서도 더 열악한 수준이었음을 짐작케 하는 단서가 윤지혜를 통해 언급됐다. 제작비 규모 7000만원 수준이다. 절대 가치의 금액이라면 상당한 금액이다. 하지만 영화 제작 환경에선 열악하다 못해 최악의 제작비 수준이다. 현직 독립 영화계 연출자로 활동하는 A감독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장비 대여료, 기본적인 제작비(활동, 식비, 유류비, 기타 제반 비용)를 투입한다고 해도 7000만원은 사실 말도 안 되는 금액이다면서 “'호흡'이 104분 분량 러닝타임으로 제작된 장편 영화라면 굉장히 세밀한 프리프로덕션이 요구됐을 것이다고 전했다.
 
윤지혜가 언급한 비상식적이란 단어는 열악한 제작 환경을 지적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현재 활동 중인 A감독의 언급이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현직 동료 감독의 언급처럼 제작비 대비 비상식을 논할 근거는 없단 점이 합리적인 의심이자 판단이다. 윤지혜 역시 호흡참여에 대해 미니멀한 작업을 통해 본질적인 접근을 경험하고 싶었다고 논한 바 있다.
 
비상식의 근거는 돈은 아니었다. 그럼 다음 문제는 이렇다.
 
영화 '호흡' 스틸.
 
아마추어리즘
 
윤지혜가 사실 가장 분노하고 고통스러웠던 점은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일종의 배신감이었을 듯 싶었다. 그는 초저예산 영화의 제작 환경, 그리고 교육기관인 KAFA의 졸업작품이었단 점은 인지를 하고 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스태프들의 기본적인 영화 제작 환경에 대한 인식 부족이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지점이라고 토로했다.
 
윤지혜의 주장에 따르면 호흡현장은 컷을 하지 않고 모니터 감상만 하던 감독의 연출 방식’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행 중인 차에서 도로로 하차해 위험했던 상황’ ‘촬영 현장 섭외도 없이 도둑 촬영을 하다 지하철에서 쫓겨 난 일화등을 거론했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감독의 발언이다. 윤지혜는 이게 장편 입봉작이네요라고 호흡권만기 감독에게 질문했단다. 권 감독은 이에 대해 학생 영화를 누가 입봉으로 보느냐며 시니컬한 태도를 보였단 것.
 
또 다른 독립영화 연출자 B감독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윤지혜의 발언이 모두 가감이 없는 사실이라면, 연출자인 권 감독이 정말 아마추어로서 자신의 작품을 대했던 것이다면서 최소한 현장 총 지휘자로서 감독은 다른 기타 제반사항을 탓할 것이 아니라 모든 요소를 감안하고 프로덕션(제작 과정)을 현장PD와 사전에 조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B감독은 권 감독이 학생영화를 누가 입봉으로 보느냐란 발언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정말 저런 발언을 했느냐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지혜는 되는 대로 찍어대던 주인 없는 현장이라고 호흡의 촬영 현장을 표현했다. B감독은 “(윤지혜가 공개한 권만기 감독의 언행이 사실이라면)KAFA 작품뿐만 아니라, 여러 대학교 영화학과에서 지금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여러 영화학도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처사다면서 권 감독은 정확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불쾌해했다.
 
B감독은 아마추어리즘이란 단어에도 상당히 불쾌해 했다. 그는 정말 KAFA 졸업작품이 학생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도 권 감독의 언행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면서 자신의 연출작에 대한 그레이드(등급)를 스스로 정하고 작품을 대한다면 그건 연출자로서 분명히 문제가 있다. 윤지혜도 그걸 지적하고 싶은 것 같다고 전했다.
 
권만기 감독. 사진/KAFA
 
"윤지혜 이해되지만 감독도 이해돼"
 
배우 C씨는 조금 다른 의견이었다. 정확하게는 윤지혜와 권 감독 모두를 이해한다는 발언이었다. 열악한 환경에 대한 감독의 심리적 부담감과 함께 상업 영화계에서 활동해온 윤지혜의 입장 모두가 이해가 된다는 의견이었다. C씨는 저예산 독립영화 다수와 현재 또 다른 저예산 독립영화 출연을 앞두고 있다.
 
C씨는 권 감독의 발언 중 학생 작품을 누가 입봉작으로 보느냐란 발언은 정말 무책임했다면서도 반대로 그 발언이 현재 상업 영화 시장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말한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기존 독립 영화 시장에서 활동하는 많은 연출자와 배우들이 여러 영화제 수상 경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주류 영화 시장으로 편입되기엔 큰 어려움이 존재한단 점을 에둘러 전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호흡이 권 감독과 여러 스태프에게 소중한 작품은 맞지만 앞으로 이어질 주류 영화 시장으로 편입되기 위한 수단으로선 많은 어려움이 있고, 이를 타계하기 위한 과정으로서도 크게 모자란 점을 스스로 알고 있었단 발언이 된다.
 
C씨는 알고 지내는 여러 감독님들이 주류 상업 영화로 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소재적인 측면이나 영화적 연출 작법 모두에서 현재의 독립 영화와 상업 영화는 많은 차별점이 존재한다면서 이런 점을 권 감독은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 같고, 반대로 주류 영화 시장에 편입돼 있던 윤지혜는 불쾌함으로 받아 들였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윤지혜가 지적한 아마추어리즘 그리고 권 감독의 다소 무책임한 발언(윤지혜를 통해 공개된)에 대해 양쪽 모두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C씨는 캐스팅 과정이나 작품 출연 결정 이후 프리프로덕션 과정(사전 제작단계), 그리고 프로덕션 과정(제작 단계)에서 제작진과 배우가 소통을 제대로 못한 듯 싶다면서 양쪽 모두에게 이런 폭로전은 큰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서로 오해가 있었던 부분은 풀어 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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