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M&A 시장, '제지회사 인수' 뜨거운 관심…왜?
제지산업 호조 속 엇갈린 전망…최적의 손바뀜 시기
입력 : 2019-12-17 09:30:00 수정 : 2019-12-17 09:30:00
이 기사는 2019년 12월 16일 11:2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박기범 기자] 세하, 태림포장, 깨끗한나라, 전주페이퍼, 원창포장공업은 올해 M&A시장에 나온 제지회사다. 백판지, 골판지, 인쇄용지 등 종이의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최근 제지업 회사들이 매물로 나오는 이유에 대해 회사·최대주주의 내적 요인과 제지업을 둘러싼 외부환경이 모두 작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제지 산업은 펄프를 원료로 해 사용 목적에 따라 인쇄용지, 위생용지, 포장용지 등 '종이'를 생산하거나 펄프 또는 고지를 원료로 해 백판지, 골판지원지, 기타판지 등 '판지'를 생산하는 사업을 포괄한다. 성숙기 산업으로서 국내의 전반적인 산업경기, 소비경기와 연관돼 있으며, 제지산업의 성장성은 경제성장률과 밀접하다. 한국제지연합회에 따르면 실제로 산업용지는 2010년부터 연평균 2.7%씩 시장규모가 커졌다.  
 
제지의분류. 출처/나이스신용평가
 
FI 특성·시장 전망 등 M&A에 우호적 환경
 
종이가 아닌 판지 생산은 2010년대 초중반부터 전자 상거래 확대란 호재가 있었다. 이것이 당시 제지 업계 M&A의 주요 배경이었다. 연합자산관리(유암코), IMM PE와 같은 재무적투자자(FI)들은 각각 세하와 태림포장을 인수했다. 두 FI가 인수한 시점은 유암코는 2014년, IMM PE는 2015년이다. 
 
이제는 FI들의 특성상 매각(Exit) 할 시점이 왔다. FI들은 통상 4~5년간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린 후 매각한다. 전주페이퍼를 인수한 모건스탠리PE는 2008년에 인수했으나 매각 시점을 놓쳤을 뿐이다. 
 
지난해 백판지, 골판지 등 판지 업계의 실적이 전체적으로 좋아 M&A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폐기물의 수입을 점진적으로 금지하며 국내 고지(폐지) 공급이 늘어나 고지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기 어려운 제지업 특성상 고지 가격과 회사의 이익은 연동하는 모습을 보인다. 
 
게다가 향후 업황 전망은 엇갈리며 M&A 시장이 형성되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M&A는 인수 희망자와 매각 희망자 사이에 전망이 엇갈릴수록 거래가 쉽다. IB업계 관계자는 "보통 인수자가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하고 매각자가 회사의 성장성이 제한됐다고 생각할 때 거래가 쉽게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부터 중국의 해외 고지 수입의 완전 금지가 시행될 예정이다. M&A시장 관점에서는 중국의 정책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중국의 100% 수입 금지가 시행될지 그리고 유지될지 여부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고지를 사용하는 제지업은 어떻게 보면 지금이 밸류에이션의 피크라고 할 수 있다"면서 "중국이 언제까지고 해외 고지의 수입을 안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고지를 수입한다면 마진이 축소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M&A 시장에 매물로 나왔거나 나온 5개 제지회사. 출처/각 회사 홈페이지
 
거래가 이뤄지기 좋은 분위기 속에서 태림포장(011280)은 세아상역에, 원창포장공업은 한국제지(002300)에 각각 넘어갔다. 태림포장 거래는 추가적인 호재다. 사모펀드 업계에 제지산업에 대한 관심을 끌어모았다. IMM PE는 지난 2015년 태림포장을 약 4000억원에 인수해 올 9월 약 7300억원에 의류기업인 세아상역에 팔았다. 4년 만에 2배 가까운 수익을 냈다. 이에 대한 반사이익을 세하가 누리고 있는 모습이다. 인수의향서(LOI)접수가 19일 마감인 세하의 인수전에 대형 사모펀드를 포함해 3~4곳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미지 개선이 필요한 깨끗한나라, 추가 호재 누려
 
깨끗한나라의 주요 브랜드. 출처/깨끗한나라 홈페이지
 
깨끗한나라(004540)는 지난 2017년 생리대 파동을 겪으며 큰 타격을 입었다. 실적 역시 크게 줄었다. 2017년 222억원, 2018년 336억원 당기순손실을 냈으며 그 결과 267억원, 368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차입은 1000억원 가량 늘었고,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는 2016년 말 연결 기준 30.1%에서 2019년 3분기 말 기준 47.5%까지 올랐다. 
 
제지업의 특성상, 현금흐름 측면에서 어려움을 곧잘 겪는다. 경쟁 강도는 높고 전후방 산업에 대한 교섭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금흐름의 경색을 만든다. 제지업 전체적으로 매출 대금은 늦게 받고, 매입 대금은 빨리 줘야 한다. 하지만 장치 산업이다 보니 설비 투자(CAPEX)는 꾸준히 요구된다. 장치산업이란 각종 대규모 장치를 설치해야 일상적인 생산이 가능해지는 산업군을 의미한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평균 운전자금회전율은 1년에 5.27회로 전체 산업의 6.98회보다 낮다. 운전자금 회전율은 최초 운영자금을 투입한 후 현금회수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신용분석을 가르치는 회계사는 "받을 돈은 빨리, 줄 돈은 늦게란 재무관리의 악랄한 명언이 있다"라면서 "회전율이 낮을수록 자금 압박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으로 인해 깨끗한나라에서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시장에서는 깨끗한나라의 매각을 정설로 받아들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대미지를 입으면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거나, 같은 브랜드를 쓰더라도 주인이 바뀌었다와 같은 메시지를 시장에 줘야 효과가 있다"라면서 "깨끗한나라는 내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매물로 나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라고 평가했다. 
 
백판지 업계는 중국발 호재, 사모펀드의 관심 등에 더해 신풍제지의 생산 중단이란 추가적인 호재가 있어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백판지 점유율 10~15% 수준을 차지하던 신풍제지(002870)의 이탈로 기존의 깨끗한나라, 세하(027970), 한솔제지(213500)한창제지(009460) 등 4개 회사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예측된다.  
 
신풍제지는 이달까지 생산 후 공장 조업을 완전히 중단할 예정이다. 이후 내년 3월까지 토지평탄화 작업을 완료한 이후 공장 부지였던 토지를 LH 측에 2008년 확정된 토지수용 결정에 따라 반환해야 한다. 신풍제지 관계자는 "올해 12월까지만 평택 부지에서 생산할 예정"이라면서 "LH와 협의된 부분으로서 저희도 이행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장 이전과 같은 여러 방안에 대해 고려 중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라면서도 "해외에서 종이를 수입 후 유통을 통해 거래처를 유지해 나아갈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박기범

자본시장의 파수꾼으로서 독자의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 뉴스카페
  • email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