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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에 '계륵'된 벙커C유, 정유사 기술력이 '관건'
고유황유, 고부가 제품·석유화학 '원료'로 재탄생
'황금알 낳는 거위' 만들 가격·기술 경쟁력이 관건
2019-12-05 06:00:00 2019-12-05 06: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유 황 함량 규제 시행을 앞두고 벙커C유 등 고유황유는 '찬밥' 취급을 받고 있지만, 어떤 공정을 거치느냐에 따라 그 부가가치가 달라질 전망이다. 각 정유사의 기술력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1일 'IMO2020' 시행으로 고유황 중질유의 선박용 연료 이용은 제한될 예정이다. IMO가 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3.5%에서 0.5%로 낮췄기 때문이다. 국가별로는 입항 금지나 형사처벌 규정까지 검토하고 있어 피해가기 어렵다. 스크러버(탈황설비)를 설치한 선박은 고유황유를 연료로 계속 사용할 수 있지만, 글로벌 선사들의 스크러버 설치율은 10% 이내로 집계되고 있다.    
 
고유황 중질유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남는 찌꺼기인 ‘잔사유’다. 과거엔 국내서도 발전연료나 공장 보일러 연료 등으로 이용했지만 환경규제가 강해지면서 외면받기 시작했다. 일부 국가에선 고유황유를 아직 발전·난방 연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환경규제 강화 추세를 고려하면 수출 길을 마냥 자신하기도 어렵다. 
 
때문에 정유업계는 고유황유 생산을 줄여나가는 것이 회사 수익성 강화 방안이 된다고 보고 있다. 환경규제를 앞두고 수요는 더 감소하는 만큼 가격도 추가 하락할 전망이다. 정유사 관계자는 “보통 두바이유가 배럴당 60달러쯤 될 때 고유황 벙커C유는 37달러 정도에 거래된다”면서 “(고유황유는)비싸게 사서 싸게 팔 수 밖에 없는 기종이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석유제품은 연속적으로 생산되는 연산품이기 때문에 정제 과정에서 고유황유는 늘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버리긴 아깝고, 그대로는 팔 수 없는 ‘계륵’ 신세가 되는 셈이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남는 '찌꺼기 기름'인 벙커씨유는 오염물질 배출 규제로 내년부터 선박용 연료로도 이용이 제한되지만, 정유사 기술력에 따라 고부가 석유제품이나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사진은 SK에너지가 저유황유 생산을 위해 내년 3월 본격 가동 예정인 탈황설비(VRDS). 사진/SK이노베이션
 
이에 정유사들은 고유황유를 원료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가격이 하락할수록 원료로서의 매력은 커지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잔사유 고도화 설비(RUC)와 올레핀 다운스트림 시설(ODC)이 대표적이다. RUC는 잔사유를 투입해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석유제품을 만들고, ODC는 프로필렌 같은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고도화 설비다. 
 
SK에너지는 친환경 탈황설비(VRDS)를 내년 3월부터 본격 가동해 고유황유의 황 성분을 빼낸 저유황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오일뱅크도 잔사유를 원료로 휘발유와 경유 등 고가의 경질유를 뽑아내는 분해공정 설비(FCC)를 가동하는 한편, 석유화학제품 생산을 위해 중질유 분해설비(HPC)도 건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낮은 제품을 활용해 수익성 높은 고부가가치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정유사의 정제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벙커씨유의 수요는 잔존한다”며 “기술에 따라 대체 수요도 찾고 생산량을 조절할 수도 있어 오히려 부족분을 수입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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