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피의사실공표 금지를 구체화하고, 공개 소환을 금지하는 등 사건 관계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오보를 한 기자의 출입 제한 등 언론과 갈등을 빚은 일부 조항은 삭제 또는 개정됐지만, 형사사건을 구두로 브리핑하는 이른바 '티타임'이 금지되면서 국민의 알 권리가 제한될 수 있다는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지난달 30일 제정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된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법무부는 형사사건 공보 과정에서 사실상 피의사실공표죄가 사문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반영해 지난달 30일 해당 규정을 제정했다.
웅동학원 허위 소송과 채용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의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이 포토라인을 설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따라 수사 중에는 혐의사실, 수사 상황을 비롯해 형사사건 내용 일체를 공개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실명을 공개할 수 없다. 또 사건 관계인의 인격과 사생활, 범죄 전력, 주장과 진술 내용, 증거관계 등 공개가 금지되는 정보를 명확히 규정된다. 형사사건의 구두 브리핑도 원칙적으로 금지되면서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검찰청에서 공보를 담당하는 차장검사가 일주일에 1회~2회 진행한 티타임도 폐지된다.
다만 '오보가 실제로 존재하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와 중요 사건으로서 언론의 요청이 있는 등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전문공보관이 공보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공개할 수 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이번 규정의 시행을 앞두고 전국 66개 검찰청에 전문공보관 16명과 전문공보담당자 64명을 지정했고,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 운영지침(대검예규)을 제정해 민간 위원이 참여하는 형사사건 공개 심의위원회를 설치했다.
언론계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문제가 됐던 제33조 2항 '검찰총장 및 각급 검찰청의 장은 사건 관계인, 검사 또는 수사업무 종사자의 명예, 사생활 등 인권을 침해하는 오보를 한 기자 등 언론기관 종사자에 대해 검찰청 출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규정은 삭제됐다. 이 규정에 대해 한국기자협회는 "법무부의 자의적 판단으로 정부에 불리한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출입제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고 반발했다.
지속해서 인권 침해 소지로 지적을 받은 포토라인 설치 관행을 전면 폐지하는 내용의 제29조 2호 조항도 수정됐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제정된 '검찰청 내 포토라인(집중촬영을 위한 정지선을 말한다)의 설치 금지'의 조항에서 '설치 금지'를 '설치 제한'으로 개정됐다.
법무부가 다음 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시행한다. 사진은 대검찰청 청사. 사진/뉴시스
이번 규정은 '피의사실 흘리기', '망신주기식 수사' 등 인권 침해의 비판을 반영했지만, 기존 구두 브리핑의 금지 등으로 알 권리 충족과 언론의 통제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전문공보관이 수사 지휘 라인이 아니라 모른다고 하는 등 취재에 소극적으로 응하거나 단순히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면서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국가기관으로서 투명하게 공개할 사안도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의사실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알 권리의 영역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동안 티타임으로 검찰이 소위 언론 플레이도 가능했던 만큼 새 규정이 언론에 무조건 불리하다고도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언론에 취잿거리를 주는 쪽이 무슨 의도를 가졌겠나. 수사 방향을 한쪽으로 비치기를 원하는 것"이라며 "전문공보관 시스템이 잘 운영되면 이러한 요소를 어느 정도 정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법무부가 다음 달 1일부터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을 시행한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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