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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개인정보유출 소송 줄줄이 패소…"배상받기 너무 힘들다"
"기업 관리의무 소홀·피해자 피해 정도 입증 어려워"
2019-12-01 09:00:00 2019-12-01 09: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업 전산망을 해킹해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탈취하려는 사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보유출 피해자들의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줄을 잇는 추세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승소하는 경우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KT 개인정보유출 사례가 대표적이다. 1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재판장 강영수)는 소비자 1837명이 "1인당 50만원을 배상해 달라"면서 KT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1심이 각 원고에게 10만원씩 배상하라고 한 원심을 파기한 것이다.
 
KT의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줄이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 사진은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해당 사건은 7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KT 가입자는 2012년과 2014년 해킹으로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유출되는 피해를 봤다. 피해자 규모는 각각 870만건, 1200만건에 달했다. KT가 해킹 당시 사건을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분노한 가입자들은 앞다퉈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우선 2012년 사건으로 피해자 100명이 낸 소송의 경우 1심은 "KT가 개인정보처리시스템의 개인정보 처리 내역 등에 관한 확인·감독을 게을리했다"고 판단하면서 1인당 10만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원심을 파기하고 KT에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다른 정보유출 피해자 342명이 KT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역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4년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관련한 사건은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판결 이후 하급심에서는 승소 판결이 났던 사건들마저 올해 항소심에서 패소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아직 일부 사건의 선고가 남아있지만,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한 법무법인은 "대법원에서 소비자 패소를 결정했기 때문에 이어지는 사건도 거의 패소로 진행될 것"이라며 "소송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 취하를 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KT의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줄이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 사진은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기업이 주의의무를 소홀히 했고, 피해자가 피해 정도를 확실하게 입증하지 않는 한 정보유출 피해자가 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길 확률은 낮다고 말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업이 관리 의무를 소홀히 했는지 여부를 피해자가 입증해야 하는데, 이게  매우 힘들다"면서 "피해자가 이로 인해 얼마만큼의 피해를 봤는지도 증명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고가 입증하지 않더라도 법률에 규정된 손해배상액의 규정에 근거해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도입된다면 피해자 구제가 더 원활해질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KT의 개인정보유출에 대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줄이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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